금융 보험

AI비서 덕분… 상담시간 절반 줄고, 보험금 심사까지 '척척'[보험도 AI에이전트 시대 (상)]

김태일 기자,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단순·반복 업무 투입 시간 단축
고부가 가치 업무 집중 환경 조성
잇단 해킹에 '망분리 완화' 발목
DB 활용 확대 위한 제도 보완 시급

AI비서 덕분… 상담시간 절반 줄고, 보험금 심사까지 '척척'[보험도 AI에이전트 시대 (상)]

보험업계에서 인공지능(AI) 활용 범위가 점차 핵심 업무까지 침투하고 있다. 단순 문서 작성이나 정보 검색을 넘어 고객 상담, 보험금 심사 등 업무 전반에 사용되고 있다. 반복 업무에 투입되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임직원들이 상품 개발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AI로 보이스피싱 잡는다

21일 본지가 국내 영업 중인 보험사 10곳(생명보험·손해보험사 각 5곳)을 대상으로 AI 도입 현황 및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복수응답) 10개사 모두 '사내 업무, 문서 정리, 검색 활용'에 AI를 쓰고 있다고 답했다. 이미 기초 업무엔 필수 기능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8곳은 '챗봇, 민원 대응, 상품 추천' 등에도 AI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위험 분석을 포함한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인수심사), 보험금 심사'를 선택한 보험사도 7곳이었다. AI가 보조적 지위를 넘어 고객과 직접 맞닿아 '판단'이 필요한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는 셈이다.

업무 현장에선 AI 도입에 따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보험사별로 활용법은 다르지만, 대부분 단순·반복 업무를 AI가 대체함으로써 핵심 업무에 투입될 시간을 벌어주는 모습이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내부 AI 검색 서비스를 고객 상담에 적용해 업무 시간을 대폭 줄였다. 약관, 업무 기준 등을 곧장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상품 가입, 보장 내용 확인 등 주요 상담 평균 처리시간을 기존 약 8분에서 절반으로 단축했다.

외국계인 라이나생명도 생성형 AI를 회의록, 작성, 문서 요약, 보고서 초안 작성 등에 쓰고 있다. 이를 통해 몇 시간 걸리던 일을 몇 분 내 끝낼 수 있게 됐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고객 서비스, 상품 개발, 리스크 관리 등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이 확보됐다"고 전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8월 AI 의료심사를 도입했다. 문자인식(OCR)과 AI를 결합한 기술로 방대한 진단서 등 의무기록지를 자동 분석하도록 해 사람이 일일이 검토하던 과정을 대폭 줄였다. 이로써 보험금 신속 지급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생명은 AI로 금융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보험업계 최초로 고객 목소리를 AI로 분석해 과거 녹취된 보이스피싱범 등과의 동일인 여부를 판독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상담사는 즉각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의심 상황에선 빠른 시간 내 추가 검증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DB 활용은 규제 막혀 먼길

아직 데이터베이스(DB) 활용을 위한 규제의 벽은 높다. '전자금융감독시행세칙'이나 '내부업무망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망분리 예외 적용에 따른 보안 해설서' 등에 근거해 사내 시스템과 DB 연계 활용이 막혀있는 게 대표적이다. 특히 최근 잇따른 금융권 해킹 사태로 망분리 완화 명분이 다시 축소된 상태다.

A보험사 관계자는 "AI 기술 도입이나 외부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활용에 구조적 제약이 있다"며 "금융 안전성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예외를 허용해야 활용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B보험사 관계자도 "현재는 과도하게 제한적인 환경이다보니 비식별화, 가명 처리를 전제로 데이터 활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 부분도 남아있다. 실제 설문에서 '보험 상품 설계 및 개발', '보험사기 탐지, 자산운용 등'을 답한 보험사는 없었다. 보험계리 등 여전히 사람의 역량이 필요한 영역이 있는데다 책임소재에 대한 문제도 온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I가 보다 핵심 업무에까지 활용되려면 기술적 검증뿐 아니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보험사들 입장이다. 대체로 지침 정비에 앞으로 2~3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C보험사 관계자는 "외부 AI 활용에 있어선 절차의 간소화 및 기술 활용을 위한 명확한 행정적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보험사 관계자도 "계약심사나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의 자료 분석, 이상징후 탐지 등으로 AI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고객 권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김태일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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