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로] 삼성바이오 노조 '황금알' 깨나
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을 임직원과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 성과를 만든 구성원에게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일은 인재를 붙잡고 조직의 동력을 유지하는 데도 필요하다. 그러나 성과를 나누는 것과 미래의 성장 기반까지 내놓으라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을 지켜보며 노조의 요구가 어디까지 향하는지 묻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일시금 지급을 넘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기본급 6.2%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조692억원이다. 여기에 15%를 적용하면 성과급 재원만 약 3100억원에 이른다. 기업의 이익은 임직원에게 나눠줄 몫인 동시에 다음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이다. 특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은 생산시설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품질 관리와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의 실적이 앞으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미래를 위해 쌓아야 할 재원까지 당장의 배분 대상으로 삼는다면 회사의 성장 여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회사가 성장하면 이익을 나누지만, 투자가 필요할 땐 알아서 감당하라는 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노사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노조의 요구가 임금과 복지를 넘어 경영 판단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는 최근 폴리펩타이드 그룹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와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청약일정 보류와 재검토를 요청했다. 노사분규 위험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투자자가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투자 위험을 점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행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회사의 인수와 자금조달은 사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경영 판단이다. 노조의 교섭권은 무제한의 경영 참여권이 아니다. 기업의 인수와 투자, 자금조달까지 사실상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건강하게 유지해야 가치가 있다. 더 많은 황금알을 당장 꺼내겠다며 배를 가르면 거위도, 앞으로 얻을 알도 사라진다. 노조가 요구하는 몫을 키우는 데만 집중하다 회사의 성장동력과 경쟁력을 훼손한다면 그 손실은 결국 임직원에게 가장 아프게 돌아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에 필요한 것은 당장 황금알을 더 많이 빼내려는 압박이 아니라, 자신들이 기대고 서 있는 성장 기반을 함께 지키는 책임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