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다 깬 줄 알았는데"…등굣길 스쿨존서 줄줄이 걸린 숙취운전 [르포]
맥주 2잔 마신 40대 학부모 면허정지
와인 1병 마신 운전자도 단속 적발돼
혈중알코올농도 0.040%까지 나와
경찰, 겨울방학까지 집중 단속 이어가
[파이낸셜뉴스] "어젯밤에 맥주 2잔밖에 안 마셨는데 괜찮을 줄 알았어요."
이날 오전 8시38분 신가초 앞에서 경찰의 음주 감지기에 반응이 나타나자 40대 여성 운전자 A씨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적발 직후 "차 안에서 음료수를 마셨을 뿐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의 거듭된 확인에 전날 밤 맥주를 마신 사실을 털어놨다.정밀 측정을 앞둔 A씨는 "5분 뒤에 측정하겠다"며 시간을 요청했다. 측정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크게 심호흡을 반복하는 모습도 보였다.
A씨는 이날 아침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 약 1㎞를 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는 0.040%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A씨는 "어제 오후 10시까지 맥주 2잔을 마시고 새벽 1시에 잠들었다"며 "그래도 괜찮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불과 10분 뒤 약 100m 떨어진 단속 지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40대로 추정되는 남성 운전자 B씨가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4%로 역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B씨는 "오늘 새벽 1시까지 와인 1병을 마셨다"며 "숙취가 없었고 아침에 커피까지 마셔 단속에 걸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두 운전자 모두 전날 밤 술을 마셨지만 다음 날 아침 운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체내에 알코올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나란히 면허정지 처분 대상이 됐다.
숙취운전은 운전자가 스스로 술이 깼다고 느끼더라도 체내에 알코올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숙취 증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전날 마신 술이 다음 날 아침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운전자 스스로 술이 깼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특히 어린이보호구역은 등교 시간대 어린이들의 돌발 행동이 잦아 신속한 판단과 대처가 필요한 만큼 소량의 알코올이 남아 있더라도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학교 앞 편도 3차로 중 2개 차로를 활용해 승용차와 화물차 등의 음주 여부를 확인했다. 시내버스를 제외한 단속 차로 통과 차량은 모두 음주 감지기를 거쳤다. 경찰관들은 운전자에게 창문을 내리도록 안내한 뒤 음주 여부를 확인했고 감지기에 반응이 나타나면 추가 확인을 거쳐 정밀 측정을 진행했다.
현장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등 스쿨존 인근에서 정기적으로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날도 이에 맞춰 집중 단속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1시간 동안 진행된 단속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인 운전자 2명이 적발됐다. 이 밖에도 교통법규 위반 10건이 확인됐으며 7건에 대해서는 계도 조치가 이뤄졌다.
이경진 서울 송파경찰서 교통과장은 "스쿨존은 어린이들이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할 수 있어 평소에도 각별히 주의해서 운전해야 하는 곳"이라며 "전날 술을 마시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운전하면 어린이들이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단속은 이러한 위험성을 알리고 스쿨존에서의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겨울방학 때까지 지속적으로 단속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동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