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술 다 깬 줄 알았는데"…등굣길 스쿨존서 줄줄이 걸린 숙취운전 [르포]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맥주 2잔 마신 40대 학부모 면허정지
와인 1병 마신 운전자도 단속 적발돼
혈중알코올농도 0.040%까지 나와
경찰, 겨울방학까지 집중 단속 이어가

경찰이 22일 서울 송파구 신가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 감지기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이동혁 기자
경찰이 22일 서울 송파구 신가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 감지기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어젯밤에 맥주 2잔밖에 안 마셨는데 괜찮을 줄 알았어요."

스쿨존 등굣길 학부모 잇단 음주 적발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가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학부모들이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잇따라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운전자들은 술이 깼다고 생각했지만 혈중알코올농도는 모두 면허정지 기준을 넘어섰다. 어린이들의 등교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숙취운전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스쿨존 교통안전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이날 오전 8시38분 신가초 앞에서 경찰의 음주 감지기에 반응이 나타나자 40대 여성 운전자 A씨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적발 직후 "차 안에서 음료수를 마셨을 뿐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의 거듭된 확인에 전날 밤 맥주를 마신 사실을 털어놨다.정밀 측정을 앞둔 A씨는 "5분 뒤에 측정하겠다"며 시간을 요청했다. 측정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크게 심호흡을 반복하는 모습도 보였다.

A씨는 이날 아침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 약 1㎞를 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는 0.040%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A씨는 "어제 오후 10시까지 맥주 2잔을 마시고 새벽 1시에 잠들었다"며 "그래도 괜찮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이 22일 서울 송파구 신가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 A씨에게 단속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동혁 기자
경찰이 22일 서울 송파구 신가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 A씨에게 단속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동혁 기자

불과 10분 뒤 약 100m 떨어진 단속 지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40대로 추정되는 남성 운전자 B씨가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4%로 역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B씨는 "오늘 새벽 1시까지 와인 1병을 마셨다"며 "숙취가 없었고 아침에 커피까지 마셔 단속에 걸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두 운전자 모두 전날 밤 술을 마셨지만 다음 날 아침 운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체내에 알코올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나란히 면허정지 처분 대상이 됐다.

숙취운전은 운전자가 스스로 술이 깼다고 느끼더라도 체내에 알코올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숙취 증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운전 가능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전날 마신 술이 다음 날 아침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운전자 스스로 술이 깼다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특히 어린이보호구역은 등교 시간대 어린이들의 돌발 행동이 잦아 신속한 판단과 대처가 필요한 만큼 소량의 알코올이 남아 있더라도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면허정지 2명·법규위반 10건 단속
이날 송파경찰서는 오전 8~9시까지 신가초 앞 스쿨존에서 음주운전과 교통법규 위반 집중 단속을 벌였다. 현장에는 경찰관 등 교통 인력 10여명과 경찰차 5대가 투입됐다.

경찰은 학교 앞 편도 3차로 중 2개 차로를 활용해 승용차와 화물차 등의 음주 여부를 확인했다. 시내버스를 제외한 단속 차로 통과 차량은 모두 음주 감지기를 거쳤다. 경찰관들은 운전자에게 창문을 내리도록 안내한 뒤 음주 여부를 확인했고 감지기에 반응이 나타나면 추가 확인을 거쳐 정밀 측정을 진행했다.

현장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등 스쿨존 인근에서 정기적으로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날도 이에 맞춰 집중 단속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22일 서울 송파구 신가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혁 기자
경찰이 22일 서울 송파구 신가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혁 기자

한편 이날 1시간 동안 진행된 단속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인 운전자 2명이 적발됐다. 이 밖에도 교통법규 위반 10건이 확인됐으며 7건에 대해서는 계도 조치가 이뤄졌다.

이경진 서울 송파경찰서 교통과장은 "스쿨존은 어린이들이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할 수 있어 평소에도 각별히 주의해서 운전해야 하는 곳"이라며 "전날 술을 마시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운전하면 어린이들이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단속은 이러한 위험성을 알리고 스쿨존에서의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겨울방학 때까지 지속적으로 단속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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