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침출수 누출에 조치명령 없이 대집행 후 비용 청구...헌재 "합헌"
"긴급한 환경오염 방지 위한 조치...공익이 더 커"
[파이낸셜뉴스]헌법재판소가 방치된 폐기물에서 침출수가 누출되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등 긴급한 상황에서 관할 행정청이 별도의 조치명령 없이 대신 집행을 실시하고 폐기물 발생자 등에게 비용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 법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22일 주물 제조업체 A사 등 22개 업체가 폐기물관리법 제49조 제2항 제3호 등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일부 합헌, 나머지 청구는 각하 결정했다.
A사 등은 2011년 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화학점결 폐주물사의 처리를 폐기물 재활용업체 B사에 위탁했다. B사는 이를 활용해 성토재를 만든 뒤 전북 익산의 폐석산에 매립했으나, 침출수가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어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등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익산시장은 2021년 5~7월 주민 건강과 주변 환경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별도의 조치명령 없이 폐기물 이적처리(옮겨두는 것)와 복개공사(덮어 안 보이게 하는 것) 등을 대집행했다. 이후 같은 해 7월 청구인들에게 대집행 비용을 납부하라고 명령했다.
업체들은 비용 납부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한 뒤 관련 폐기물관리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각하되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쟁점은 2019년 신설된 폐기물관리법상 '긴급조항'이 과거 폐기물을 위탁한 업체들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였다. 종전 법률은 조치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만 대집행과 비용 징수를 허용했지만, 개정법은 긴급한 환경오염 우려가 있으면 조치명령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소급입법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는 새로 만든 법을 과거의 사실관계에 적용하지 못한다는 헌법상 원칙이다. 헌재는 "폐기물이 긴급조항 시행 전에 처리(매립)됐더라도 시행 이후 계속 방치된 상태에 있다면 종료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사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신뢰보호원칙 위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대집행에 앞서 조치명령이 내려질 것이라는 청구인들의 신뢰 내지 기대가 언제나 절대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긴급조항이 조치명령을 생략하도록 절차적 요건을 완화했을 뿐 대집행의 범위나 비용을 가중하지 않았고, 업체들이 스스로 폐기물을 제거해 비용 부담을 피할 수도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헌재는 "침출수가 누출되거나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조치명령을 내리고 이행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위해를 발생시키고 폐기물의 처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주민 건강과 생활환경 보호라는 공익이 업체들의 신뢰이익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집행 비용 징수권을 보전하기 위해 재산조회나 가압류 등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한 청구는 비용 납부명령 취소소송에 적용되지 않아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며 각하했다. 이는 해당 조항과 관련된 사건이 법원에 계속 중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email protected] 최은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