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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한은 총재, 정부 물가·재정 정책에 '작심 비판'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신 총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
정부정책에 조목조목 '뼈 있는 쓴소리'
"확장재정은 단기 물가 압력 가중"
"정부 이전 지출은 재정승수 미미"
"일회성 지출 지속되면 못 되돌려"
"재정의 지속가능성 우려스러워"
"석유 최고가격제는 구조적 왜곡"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정부의 역대급 확장재정과 인위적 물가억제 정책 등에 대해 이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의 확장재정이 단기적으로 총수요와 물가 압력을 가중시켜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장기화할 경우 가격 구조를 왜곡하고 소비 억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등의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간 정부 정책에 호응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온 취임 초 기조에 비춰볼 때, 한층 진전된 소신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6개월을 맞은 신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해 위원 7인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 총재는 한은의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의 물가와 재정 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우선 통화긴축과 확장재정의 엇박자 논란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동의했다.

신 총재는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은 단기적으로 총수요를 자극해 물가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역대급 반도체 초과세수에 힘입어 내년에 사상 최대 규모인 821조원의 총지출(예산안)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한은은 긴축으로 통화정책을 선회했는데,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풀 태세여서, 정책 엇박자로 인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신 총재는 내년 정부 예산안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0.5%p, 물가상승률을 0.06%p 끌어올린다는 한은의 분석을 들면서 "(각종 보조금 등) 정부의 이전 지출 항목은 재정 승수가 0.2 정도(로 낮다)"라며, 특히 선심성 재정지출 사업이 실질적인 투자와 소비로 이어져 성장률을 견인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비판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크게 불어난 정부 재정이 선심성 현금 지출 사업에 뿌려져서는 안 되고, 잠재성장력을 높이는 미래 투자에 제대로 투입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신 총재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우려했다.

그는 "정부의 예산이 지속적 재정지출 항목(사업)으로 이어진다면 (긴축재정 때는) 되돌리기 어렵게 되고, 이는 재정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신 총재는 "재정승수가 낮다고 해서 우리가 전혀 안심을 해도 되느냐, 지속가능성을 항상 생각해야 된다"며 "일시적 재원을 통해 지속적인 지출(항목)이 생긴다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 년째 지속되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에 대해서도 '뼈 있는' 비판을 이어갔다.

신 총재는 "석유 최고가격제가 비용 전이를 막고 소비자물가 억제에 큰 몫을 했다"면서도 "그러나 가격 구조를 왜곡하고 소비를 억제해야 되는데 억제가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여러 번 '에너지가격에 대한 보조(금)가 오래 지속되면 안 된다'고 권고했다"며 "오래 지속되면 재정에 문제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올해 3월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30년 만에 꺼낸 고강도 물가 억제 수단이다. 도입 초기엔 물가를 최대 0.6%p 낮추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며, 정책 효과를 홍보했으나 수개월 지속되면서 국민들은 석유 소비 절약 등에 대한 인식이 희석되고 시장 기능을 왜곡하는 등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재정으로 정유사 손실을 보전하는데, 휘발유·경유가격을 리터당 1770원대 수준으로 수차례 동결하면서 보전액이 현재 7조~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미·이란 간 일시 휴전으로 국제유가가 잠시 진정됐을 때 최고가격제 종료를 검토했으나,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 총재의 이번 작심 발언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독립적인 통화정책 당국인 한은이 정부의 확장 재정정책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야당의 지적이 있었던 뒤이기도 해 주목된다.

특히 국감 때 증시 변동성 뇌관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에 대해, 한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신 총재가 오판과 실책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한은은 올해 5월 레버리지 ETF가 도입될 즈음에 맞춰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못한 채, 국내 투자 자금의 해외 유출을 막고 해외자금 유입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한 금융안정보고서(6월)를 낸 바 있다.

[email protected]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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