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고려아연 8370억 주주대표소송 1심 패소…항소 방침
법원 "자사주 공개매수, 합리적 경영 판단"…이사 책임 인정 안 해
영풍·MBK "주주가치 훼손" 반발…고려아연 "소송 남발 중단해야"
[파이낸셜뉴스]영풍이 2024년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약 8370억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당시 이사회의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을 합리적인 경영 판단으로 보고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히면서 양측의 법적 공방은 이어지게 됐다.
22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김석범 부장판사)는 이날 영풍이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대표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2024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당시 추진된 자사주 공개매수를 둘러싸고 제기됐다. 영풍·MBK는 2024년 9월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시작해 75만원, 83만원으로 매수가를 올렸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같은 해 10월 2일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정했고, 11일 매수가를 89만원으로 높였다.
영풍은 경영권 분쟁 직전 주가가 55만6000원이었던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89만원에 매입한 것은 경영진의 지위 유지를 위한 결정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11월 이사들이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사회가 외부 법률자문과 법원의 가처분 결정,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한 뒤 내린 결정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자사주 취득에 특정목적 임의준비금을 사용한 것도 법령이나 정관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영풍·MBK는 판결 직후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개인의 자리보전을 위해 고려아연을 사금고화하고 막대한 채무를 떠넘긴 위법적 경영 행위가 '이사의 재량'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위해 1조6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차입하면서 재무건전성과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2조원 이상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한 것도 차입금 부담을 일반 주주에게 전가하려는 시도였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항소심에서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다시 다투겠다고 밝혔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번 판결로 당시 이사회의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 인정됐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영풍·MBK가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거쳐 진행된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해서도 이사 개인들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MBK와 영풍은 적대적 M&A를 위해 당사의 정상적 경영 활동을 방해하며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소송 남발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와 미국 제련소 건설 등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과 법적 공방에 역량을 소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