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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소재 '러시아 독점' 깬다… 산단공 업고 상용화 눈앞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체재 개발 나선 그래핀이엔지
제조비 고심하던 중 킥스업 만나
대기업 매칭… 설비 구축도 착착

배터리 소재 '러시아 독점' 깬다… 산단공 업고 상용화 눈앞

러시아가 전 세계 물량의 95% 이상을 독점 공급 중인 '도전재' 의 대체 소재 개발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있다. 2023년 12월 설립된 그래핀이엔지다.

이재영 그래핀이엔지 대표(사진)는 22일 "가느다란 관 형태의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WCNT) 대신 얇은 판 형태의 '그래핀'을 활용해 실리콘 음극재의 전기적 연결을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상용화 직전에 있다"고 말했다.

연필심의 주성분인 흑연은 얇은 탄소층이 겹겹이 쌓인 구조다. 이 가운데 탄소 원자 한 층을 떼어낸 것이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얇으면서 전기가 잘 통하고 유연해 차세대 전자소자와 배터리에 활용할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그래핀은 배터리에서 도전재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도전재는 전극을 구성하는 입자 사이에 전기가 흐르는 통로를 만들어주는 첨가제다. 배터리에 소량 들어가지만 충전과 방전이 반복되는 동안 입자 사이의 전기적 연결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에서 이 역할이 중요하다. 음극재는 충전할 때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소재다. 실리콘은 현재 널리 쓰이는 흑연보다 같은 무게에서 약 10배 높은 이론용량을 갖지만, 리튬을 받아들이면서 부피가 원래의 4배까지 커질 수 있다. 팽창과 수축이 반복되면 입자가 손상되고 전기적 연결이 끊어져 배터리 성능이 떨어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대표적인 도전재가 SWCNT다. 탄소로 이뤄진 매우 가느다란 관 형태의 소재로 전극 입자들을 전선처럼 연결한다. 다만 십수년간 러시아의 한 회사가 독점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 대표는 그래핀을 이용해 SWCNT 의 대체 소재를 개발했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성능뿐 아니라 제조비용과 생산 규모도 해결해야 했다. 이 대표는 소재의 가격 경쟁력이 시장 확대의 출발점이라고 봤다. 그는 "그래핀도 일단 값이 싸져야 시장이 열린다는 확신으로 제조 공정부터 바꿨다"고 설명했다.

사업 확장에 난항을 겪던 이 대표가 탈출구를 찾은 건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단 오픈이노베이션(킥스업·KICXUP)' 사업을 통해서다. 이 사업을 통해 이차전지 소재에 관심 있는 대기업을 소개받았다. 현재 이들 기업과 실제 적용 조건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확인한 결과를 고객사의 소재와 제조공정에서도 재현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지식재산권 확보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 등록특허 1건과 국내 등록특허 3건 등을 포함한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고객사 협업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복수의 대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어 해외 의존 나노 소재의 대체품 개발을 위한 공동 기술 실증(PoC)에 착수해 실험을 진행 중이다.

다음 단계는 생산 규모 확대다. 그래핀이엔지는 이달 프리 A 투자 유치에 나서 내년 상반기까지 스케일업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확보한 기술을 더 큰 설비에서도 일정한 품질로 구현하고 고객사 공급계약과 공인 시험성적서 확보를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오는 2028년에는 시리즈 A 투자를 바탕으로 대규모 상용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생산량을 늘려 제품 단가를 낮추고 고객사가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국내 기술을 이용해 더 오래 가는 실리콘 음극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2028년 상용공장까지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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