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이사람] "해외서 한국어학 자생할 수 있게…현지 교육자 키워야"
배경민 필리핀국립대학교 한국학연구소장
10주년 맞은 UP 한국학연구소
현지 학자 연구성과 출판 등 지원
한국인만 교육 자격 있는 건 아냐
일방적인 홍보 방식 한계도 지적
【파이낸셜뉴스 마닐라(필리핀)=김준석 특파원】 "한국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필리핀이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접점을 찾아야 합니다."
배경민 필리핀국립대학교(UP) 한국학연구소장(사진)은 지난 16일 필리핀 마닐라의 필리핀국립대 교정에서 현지 한국어학·한국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같이 말했다. 2016년 문을 연 필리핀국립대 한국학연구소는 현지 대학 내 유일한 한국학 전문연구기관으로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배 소장이 필리핀과 연을 맺은 것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 강사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마닐라의 한 한국어학원에서 1년간 강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귀국해 연세대에서 한국어교육 석사과정을 마치고, 2010년 한국국제교류재단(KF) 객원교수 파견 프로그램을 통해 필리핀국립대 딜리만캠퍼스 언어학과로 돌아왔다. 필리핀국립대 교육대학원에서 언어교육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23년부터는 한국학연구소를 이끌며 연구 지평을 넓히는 중이다.
연구소는 매년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고 학술지 '한필'을 발간하며 현지 연구자들의 소통을 돕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지방정부의 지역사회 발전 사례를 타갈로그어 번역에 착수했으며, 필리핀 학자들의 연구 성과 출판을 적극 지원하는 등 자생적 콘텐츠 축적에 주력하고 있다.
배 소장은 "한국 자료를 단순히 번역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현지 연구자들이 직접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자국민의 관점에서 결과물을 생산해야 한국학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필리핀 내 한인 사회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배 소장은 '필리핀 한인 100년사' 집필에 참여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현지에서 삶과 사업을 일궈온 한인 이주민들의 궤적을 기록하는 일은 과거를 돌아보고 두 국가 간 미래지향적 관계를 모색하는 데 더없이 중요한 학술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필리핀국립대 언어학과 한국어 특화 전공교수로도 재직 중인 배 소장은 필리핀 내 한국어 교육이 현지 수요와 환경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국어의 인기를 묻자 배 소장은 "일본어 다음으로 인기가 높고, 교양 수업에는 150여명이 몰릴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며 "K팝 등 한류 열풍으로 유입된 관심이 정부초청장학생(GKS) 프로그램 등을 통한 유학과 진로 탐색으로 이어져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갈 소중한 동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배 소장은 필리핀 내 한국어학과 한국학 저변 확대에 있어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현지 교육자 양성'을 꼽았다. 배 소장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어·한국학 교육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성장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다른 대학이나 기관으로 진출해 후속 세대를 가르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한국 기관의 도움 없이도 필리핀에서 한국학이 완전히 자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준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