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잘나간다고 안심했다간"…중국 반도체 추격에 전문가 경고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의 기술 추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과거 일본 반도체 산업처럼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정형돈의 제목없음TV'에 출연한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기술에서 한국이 앞서 있다는 이유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속도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성장한 과정도 되짚었다. 과거 일본 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앞서 있었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가 원래부터 지금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은 아니었다"며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을 따라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양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일본 업체와 점점 격차를 벌렸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일본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잃은 배경으로 가격 경쟁에서의 패배와 내수시장 중심의 사업 전략을 지목했다. 해외시장 수요보다 자국 시장에 맞춘 제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내수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글로벌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은 적이 있었다"며 일본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과 AI 등 새로운 기술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국도 현재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는 데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막대한 투자 자금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높이는 중국 기업들에 대응하려면 기존 사업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한국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기존의 문법에만 갇혀 있으면 몰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중국의 자체 기술 개발을 촉진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미국의 견제가 중국의 기술 진보 속도를 초기에는 늦췄지만, 반대급부로 내재화·국산화 동기를 강화시켰다"며 "어느 순간부터 괜찮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이 아직 첨단 HBM 생산에서는 한국에 뒤처져 있지만 가격 경쟁을 벌일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권 교수는 "중국이 HBM까지는 아직 잘 못 만든다"면서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치킨게임을 벌일 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 개발에는 미국의 수출통제가 여전히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기업 ASML이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도 미국에서 개발한 핵심 기술과 부품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ASML이 만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독점 구조인데, 부품과 기술의 상당수는 미국에서 개발된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로 중국이 첨단 장비를 확보하거나 유지보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제재를 견딜 수 있는 시한으로는 2031~2032년을 예상했다. 다만 그 전에 자체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 교수는 "중국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2031~2032년 정도로 본다"면서도 "만약 중국이 기술 개발을 통해 한계 상황을 돌파한다면 오히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