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황·전망

"올라도 울고 내려도 운다" 길 잃은 증시, 범인은 금리가 아닌 'AI 청구서'?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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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000660), 삼성전자(005930), 삼성전자우(005935)

10년물 국채금리 급락에도 힘 못 쓰는 증시
"AI 수요는 폭증인데 돈은 언제 버나" 의구심
투자자들 지쳐가..'수익성 증거' 확인할 시점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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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금리가 치솟아 주가가 빠진다더니, 이제는 금리가 내려가도 주가가 떨어집니다."
최근 여의도와 월가에서 증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연초만 해도 미 국채금리 급등과 물가 부담이 증시를 짓누르는 주요 악재로 꼽혔지만, 10월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7일 5.3645%에서 22일 4.952%로 하락하며 5% 선 아래로 내려왔다. 그러나 금리 하락에도 국내외 증시는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내리고, 금리가 내려도 주가가 부진한 역설적인 상황. 도대체 시장을 움직이는 논리는 어디서부터 달라진 걸까?
24일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를 짓누르는 진짜 원인으로 '금리의 숫자'가 아닌, 그 이면에 자리한 '인공지능(AI) 자본 제약과 신용 위험'을 지목했다.

"수요는 여전히 폭증… 문제는 쏟아부은 천문학적 돈"
시장의 공포가 'AI 거품의 붕괴' 때문일까? 데이터는 정반대의 사실을 가리킨다. 현재 AI 수요 자체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오픈라우터(Openrouter) 데이터에 따르면 자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전트 AI(Agent AI)'가 본격 개화하면서 지난 2월 이미 AI 에이전트의 토큰 사용량이 인간의 사용량을 추월했다.

현재 에이전트가 소비하는 토큰량은 인간 대비 무려 7.8배에 달한다. 일하는 주체가 인간에서 AI로 빠르게 넘어가며 컴퓨팅 파워를 집어삼키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 비용'과 '회수 기간'이다. AI 인프라를 지탱하려면 천문학적인 자본(CapEx)뿐만 아니라 막대한 전력과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이다. 투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시장은 점차 냉정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막대한 돈은 도대체 언제 회수할 수 있는가?"
강 연구원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올라도 주가가 빠지고 내려도 빠지니 시장을 설명하는 논리가 바뀐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금리의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변화의 원인과 속도"라면서 "지금의 시장 조정은 AI 수요가 붕괴해서가 아니고 막대한 인프라 투자(CapEx)를 정당화할 만한 수익성과 현금 회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우주 날아오른 SpaceX vs 현금 깎아먹은 빅테크
이러한 시장의 의구심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이번 주 발표된 실적 희비다. 우주항공 기업 SpaceX는 AI 사업 부문(SI, 초지능) 매출이 전년 대비 +830% 폭증하며 통신 및 우주 발사 부문을 제치고 핵심 수익원으로 부상, 깜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뉴시스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뉴시스

3·4분기 196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투자한 만큼 바로 돈을 벌어들인다"는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며 시장의 환호를 받았다.

반면, 소셜미디어 메타(META)는 차가운 현실을 마주했다. 3·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6% 늘었지만, 인프라 CapEx가 349억 달러로 급증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21.2억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내년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주가는 변동성에 휩싸였다.

여기에 코어위브(CoreWeave) 등 차입으로 AI 인프라를 확장해 온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의 신용위험(CDS 프리미엄 급등)까지 불거지자, 시장은 '금리 하락'을 안전자산 선호와 투자 부작용에 따른 경고등으로 받아들였다.

강 연구원은 실적 시즌을 맞이한 시장의 본질을 '증거 확인'의 과정으로 규정했다. 그는 "시장의 의구심이 커졌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를 해소할 '증거의 가치'가 매우 높아졌음을 뜻한다"며 "SpaceX가 대규모 설비 투자 속에서도 AI(SI) 부문 매출 폭증으로 깜짝 흑자를 내며 단서를 보여줬듯 관건은 수익화 증명이 다음 주 실적을 발표할 빅테크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AI 투자 사이클의 종료를 섣불리 단정하기보다, 천문학적인 CapEx를 정당화할 만한 수익성이 실제로 확인되는지, 그리고 네오클라우드 등 취약 고리의 신용 위험이 안정되는지를 차분히 검증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코스피 PER 4.2배… 대형 실적과 주주환원이 바닥 딛는 열쇠 될까
글로벌 눈치보기에 국내 증시 역시 몸살을 앓고 있다. 코스피는 7월 말 투매 저점(5590p선) 부근을 맴돌며 5530선까지 내려앉았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역사적 바닥 수준인 4.2배까지 추락했다.

외국인이 최근 한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 26조원 넘게 순매도 폭탄을 쏟아낸 가운데, 시장의 반등 열쇠는 다음 주부터 쏟아질 대형 이벤트로 넘어가게 됐다.

우선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릴레이가 AI 투자 트렌드의 명운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국 시간 기준으로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29일 새벽, 아마존이 30일 새벽에 각각 성적표를 공개한다. 이어 애플도 11월 3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번 실적 발표는 최근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AI 산업의 수익성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변수에 맞서는 국내 증시의 방어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반도체 대장주들이 대규모 주주환원 카드를 꺼내 들며 밸류에이션 바닥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완수한 데 이어 3·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추가 주주환원책 예고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3·4분기 30조원 규모의 배당에 이어 4·4분기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두 대형 반도체 기업의 주주환원이 지지부진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수급 공백으로 지수가 역사적 저점 부근까지 내려앉았으나, 차주 이어지는 미국 빅테크 실적과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주주환원 정책이 증시의 하단을 지지하는 방어선 역할을 해줄지 주목된다"고 진단했다.

[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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