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왜 더 빨리 늙을까…범인은 무너진 생활 리듬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노년기에 성장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는 가장 큰 원인은 노화지만, 생활 리듬이 무너지는 것도 큰 이유다. 중년까지는 출퇴근과 자녀 양육이 하루 일과의 중심이 되고 이로 인해 적당한 스트레스와 휴식이 리듬처럼 반복된다. 하지만 노년기에 접어들면 은퇴로 사회생활이 멈추고 자녀도 독립하여 뒷바라지가 필요 없게 되니 생활을 규칙적으로 만들어줄 구심점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무 때나 일어나서 아무 때나 먹고 아무 때나 잠을 자는 리듬 없는 생활 패턴에 빠지게 된다.
성장호르몬은 규칙적이고 깊은 수면, 강도 높은 운동, 긴 공복, 적당한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통해 활발히 분비되므로 리듬 없는 생활 패턴은 그야말로 성장호르몬을 고갈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면 일부러 노력해서 생활의 리듬과 강약을 만들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해 본 세 가지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오전에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스케줄을 만들거나, 동호회에 가입하여 회원들과 함께 등산, 요가, 수영 등을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좋다. 아침 6~7시에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집을 나서는 스케줄을 만들면 이 스케줄을 중심으로 하루를 규칙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은 인체가 적당한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야 분비가 늘어난다. 청소나 빨래 같은 가사노동, 카페 아르바이트나 사무실 보조 업무처럼 몸을 쓰는 일, 악기 연주, 공예, 어학 공부, 자격증 공부, 자원봉사 등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적당한 긴장감을 줄 수 있다. 하루에 4~5시간 정도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새로운 일에 집중하면 이후 저녁 시간의 휴식이 더 달콤해진다. 육체적·정신적 긴장이 있어야 휴식과 이완이 쉽고, 그래야 잠도 더 잘 자고, 그래야 성장호르몬도 더 잘 분비된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자주 먹어서 공복 시간을 늘리기 어렵고 낮잠과 TV 시청 시간이 늘어나는 등 삶의 강약이 사라지게 된다. 약속을 만들어 자주 외출하고 사람을 만나면 여전히 사회의 일원이라는 존재감도 느낄 수 있고 적당한 긴장감이 생긴다. 옛 친구도 좋고 새로운 친구도 좋다. 서로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미술관에 가거나 콘서트나 연극을 보는 등 새로운 경험을 하자.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