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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은 멀쩡한데 가슴은 아프다?"…범인은 '혈관 경련' [헬스톡]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곤히 잠든 새벽 4시, 갑자기 가슴을 조이는 통증에 눈이 떠진다. 몇 분 뒤 거짓말처럼 가라앉고, 다음 날 비슷한 시간에 다시 찾아온다. 체했거나 스트레스 탓이라 넘기기 쉽지만, 심장 혈관이 경련을 일으키는 '변이형 협심증'의 전형적인 신호일 수 있다.

일반 협심증은 동맥경화로 관상동맥이 좁아져 생긴다. 반면 변이형 협심증은 관상동맥에 뚜렷한 동맥경화성 협착이 없어도 혈관이 순간적으로 심하게 수축하며 심장으로 가는 피가 급격히 줄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일반 검사로는 원인을 찾기 어렵다.

쉴 때 찾아오는 통증… 같은 시간대 반복되면 '경고등'

가장 큰 특징은 운동이나 활동과 상관없이 통증이 온다는 점이다. 주로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 가만히 쉬고 있을 때 흉통이 찾아오며 비슷한 시간대에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통증은 수 분간 이어지다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련이 심하고 오래 지속되면 심근경색이나 위험한 부정맥으로 이어질 수 있고, 드물게 급성 심장사로 이어지기도 해 방심은 금물이다.

고혈압이나 흡연 등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에게 자주 나타나지만, 동맥경화가 거의 없는 사람이나 젊은 층에서도 생길 수 있다. 특히 흡연은 혈관 경련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주요 위험 요인이다. 담배 속 니코틴이 혈관 안쪽 내피를 손상시켜 경련을 더 쉽게 일으키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추위, 과음한 다음 날, 심한 스트레스도 통증을 부를 수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서순용 교수는 "변이형 협심증은 운동과 무관하게 새벽에 통증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협심증과 구별된다"며 "단순 스트레스성 흉통으로 여기고 방치하다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같은 시간대에 통증이 반복된다면 순환기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플 때만 보이는 병… 담배 끊는 것이 첫 처방

협심증이 의심되면 심전도, 심장 초음파, 혈액 검사 등을 시행한다. 문제는 통증이 없을 때 검사하면 이상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혈관 경련이 통증이 있는 순간에만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증상이 불규칙하다면 하루 동안 심전도를 기록하는 24시간 활동성 심전도(홀터검사)가 통증 발생 시점을 잡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필요하면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한다. 뚜렷한 협착이 보이지 않더라도 변이형 협심증이 의심되면 약물을 투여해 관상동맥 연축 여부를 확인하는 유발검사를 할 수 있다. 이때 흉통과 함께 심전도 변화가 나타나고 관상동맥의 일시적인 연축이 확인되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 다만 혈관 경련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검사인 만큼 순환기내과 전문의가 상주하고 응급 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받아야 한다.

치료의 첫걸음은 금연과 유발 요인 차단이다. 흡연은 가장 강력한 악화 요인이어서 약을 먹더라도 담배를 끊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추위나 과음, 심한 스트레스처럼 통증을 부르는 상황을 피하는 것도 필수다.

약물 치료는 혈관 경련을 막아주는 약이 중심이다. 상당수 환자는 이 약만으로 증상이 크게 좋아진다. 통증이 갑자기 오면 혀 밑에 넣는 니트로글리세린으로 빠르게 완화할 수 있다. 다만 일반 협심증에 흔히 쓰이는 약 가운데 일부는 변이형 협심증에서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약물 치료에도 혈관 경련에 의한 치명적인 부정맥이 반복되는 고위험군이라면 삽입형 제세동기처럼 심장 박동을 정상화하는 장치를 몸에 넣는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서 교수는 "변이형 협심증은 약물 치료와 금연, 생활습관 관리가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하는 질환"이라며 "증상이 좋아졌다고 전문의와 상의 없이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재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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