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 무릎 닳는다?"…문제는 달리기 아닌 '과한 달리기' [헬스톡]
가을 마라톤 시즌, 2030 러너 무릎 부상 주의보
[파이낸셜뉴스]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체중의 4~6배. 달리기를 할 때 무릎과 발목, 고관절이 받는 충격이다. 풀코스 마라톤이라면 이 충격이 수만 번 반복된다. 러닝 열풍 속에 준비 없이 거리를 늘린 2030 러너들의 무릎 부상이 늘고 있는 이유다.
가을 마라톤 시즌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대회는 참가 신청이 빠르게 마감될 만큼 인기다. 건강 관리와 자기계발을 위해 러닝을 시작한 2030세대 직장인이 크게 늘었고, 기록 단축과 완주 인증이 SNS에서 유행하면서 '러닝 크루'에 합류하는 초보자도 많아졌다. 달리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달리다 멈추는 사람도 늘었다. '러너스 니(runner's knee)' 같은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젊은 환자도 적지 않다.
문제는 열정에 비해 몸의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관절과 주변 근육이 반복되는 충격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거리를 늘리면 통증과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렇다고 '달리면 무릎이 닳는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관절에 힘이 가해지는 것과 연골이 손상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적당한 달리기는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고 연골에 영양을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나누리병원 관절센터 김중혁 원장(대한스포츠의학회 스포츠의학 인증 전문의)은 "실제로 취미 수준으로 꾸준히 달리는 사람의 관절염 위험이 달리지 않는 사람보다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무릎을 닳게 하는 것은 달리기 자체가 아니라,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과한 달리기'다"라고 설명했다.
달리기로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은 슬개대퇴통증증후군(러너스 니), 반월상연골판 파열, 아킬레스건염, 족저근막염 등이다. 흔히 관절 질환을 나이가 들며 생기는 퇴행성 질환으로 여기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운동으로 연골과 연골판이 일찍 손상된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연골은 한 번 손상되면 스스로 재생되기 어렵고, 손상된 채로 운동을 계속하면 퇴행성 관절염이 빠르게 진행될 위험이 커진다. '젊으니까 괜찮다'는 믿음이 오히려 치료 시기를 늦추는 셈이다.
러닝 후 근육통은 흔하지만, 관절 통증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운동을 멈추고 정형외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무릎이 붓거나 열감이 있고 물이 찬 느낌이 드는 경우
무릎이 걸리거나 빠지는 느낌이 드는 경우
무릎이 완전히 펴지거나 굽혀지지 않는 경우
밤에도 통증이 이어지거나 한 곳을 눌렀을 때 날카롭게 아픈 경우
김 원장은 "통증을 참고 계속 달리면 단순 염증이 연골 손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관절 질환은 초기에 발견할수록 약물·주사·재활 등 비수술 치료로 호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치료 방법은 손상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비수술 치료로 충분히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연골판이 크게 찢어져 관절 사이에 끼거나, 보존적 치료에도 통증과 기능 저하가 계속된다면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연골판 봉합·절제술이나 연골재생술을 고려할 수 있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5mm 미만의 작은 절개로 소형 카메라가 달린 내시경과 특수 기구를 넣어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방식으로,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관절염이 상당히 진행됐다면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치료법은 환자의 나이와 활동량, 손상 범위를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한다.
마라톤은 건강한 취미이자 도전이지만, 완주만큼 중요한 것은 오래 달릴 수 있는 관절을 지키는 일이다. 기록 단축보다 몸이 보내는 통증 신호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1. 준비운동과 마무리 스트레칭은 필수
달리기 전에는 5~10분 정도 가볍게 걷거나 동적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끝난 뒤에는 허벅지, 종아리, 엉덩이 근육을 충분히 늘려준다.
2. 거리·속도는 단계적으로, 신발도 함께 점검
주간 운동량을 한번에 크게 늘리지 말고 점진적으로 늘린다. 또한 자신의 발에 맞는 러닝화를 선택하고, 오래 신어 쿠션이 꺼진 신발은 교체한다.
3. 근력 운동과 휴식 병행하기
허벅지, 엉덩이, 코어 근육이 튼튼해야 관절이 받는 충격을 분산시킬 수 있다. 주 2~3회 근력 운동을 병행하고, 달리기 사이에는 충분히 쉬어 회복할 시간을 준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