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도 "오르면 일단 판다"…장투가 무서워진 개미들 [증시는 왜]
[파이낸셜뉴스] "회사 전망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수익이 나면 일단 팔려고요. 기다리다가 수익을 다 반납하는 게 더 무섭거든요."
"예전에는 대형주니까 묻어두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계좌에 찍힌 수익이 사라지는 걸 보고 나니, 지금은 더 오를 것 같아도 일부는 팔아야 마음이 편해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장기 보유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에도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다. 기업의 장기 성장성에 베팅하기보다 단기 반등 때 차익을 실현하려는 심리가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기업 전망이 유지되더라도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경험은 투자자의 보유 결정을 어렵게 한다"라며 "장기 성장에 대한 확신만으로 당장의 평가손실을 감내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전닉스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 상황에서 반도체 업종의 특성도 투자 고민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메모리 가격과 고객사의 투자 계획, 공급 확대 속도에 따라 실적 전망이 바뀔 수 있어서다. AI 수요가 장기적으로 늘어난다는 전망에 동의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가 조정을 어디까지 감수할지는 투자자마다 다르다. 장기 성장이라는 큰 방향과 분기별 실적을 둘러싼 시장의 평가 사이에는 시차가 생길 수 있다.
외국인 매매 역시 투자자가 살피는 변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삼성전자의 주식을 3조7000억원어치 넘게 팔았다. SK하이닉스의 같은 기간 외국인 순매도 대금은 9조7432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한다.
기다림의 기회비용도 장기 보유를 흔드는 요인이다. 보유 종목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다른 투자처가 상승하면 투자자는 수익률뿐 아니라 시간을 잃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매매를 자주 할수록 비용과 판단 실수의 가능성이 커지지만, 당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싶다는 심리가 앞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개인 투자자 전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장기 전망을 포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7월 공개한 조사에서는 두 종목 보유자의 추가 매수 의향이 32%로 매도 의향인 8%를 웃돌았다. 관망 응답은 60%였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가 조정은 삼성전자의 본질적인 이익 창출력 훼손 보다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밸류에이션 조정과 투자심리 위축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단기적으로 거시경제 변수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확보한 물량과 메모리 가격 상승에
기반한 내년 이익 성장의 방향성이 훼손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라고 판단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3·4분기 실적 발표에서 추가 주주 환원을 발표할 예정이다"라며 "잉여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최소 30조원 이상의 추가 주주환원 재원을 예상하며 배당금보다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중용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최두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