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오세훈, '여론조사비 대납' 2심 무죄...法 "명태균 진술 믿기 어려워"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1심은 객관적 증거와 맞는 진술만 골라 유죄...2심은 진술 전체 신빙성 배척
법조계 "법리상 대법원서 뒤집기 어렵지만 정치권 압력은 변수"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이 유죄 근거로 삼은 명태균씨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1심의 '시장직 상실형'이 뒤집히면서 오 시장은 일단 시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의 항소심에서 1심의 유죄 부분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사업가 김한정씨도 무죄를 받았다. 1심이 무죄로 본 부분에 대한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검)의 항소는 기각했다. 특검팀은 지난 2일 결심 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에게 여론조사 10건을 의뢰하고, 후원자인 김씨에게 비용 3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를 받았다.

■1심, 객관적 증거와 맞는 명씨 진술만 믿어 유죄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 7월 22일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강 전 부시장과 김씨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과 500만원을 선고했다. 여론조사 10건 중 5건에 대해 오 시장의 의뢰와 김씨의 대납(2100만원)을 인정했다. 나머지 1200만원 부분은 무죄로 봤다.

1심도 명씨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며 통째로 믿지는 않았다. 다만 카카오톡 대화와 여론조사 자료 등 객관적 증거에 들어맞는 부분은 믿을 수 있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오 시장이 먼저 명씨에게 연락해 2021년 1월 20일 만났고, 이틀 뒤 첫 여론조사가 실시됐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자발적으로 여론조사를 맡겼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김씨가 처음 1000만원을 보낸 2021년 2월 1일에는 두 사람이 만난 적도 없어 친분으로 돈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1심은 제3자가 정치활동 비용을 대신 내는 것도 기부로 보는 정치자금법 조항에 따라 김씨의 대납을 오 시장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로 판단했다.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을 맡을 수 없고, 이미 맡은 직에서는 물러나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죄책에 상응한 공직 자격 상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2심, 진술 전체가 흔들리면 일부도 못 믿어
항소심 쟁점은 오 시장이 직접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김씨에게 비용 대납을 요청했는지였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에 대한 직접 증거는 명씨 진술이 유일하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1심이 명씨 진술 가운데 일부만 믿은 방식부터 문제 삼았다. 중요 부분을 믿을 수 없으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약해지고, 일부만 증거로 쓰려면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명씨 진술이 전체적으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접 겪은 일과 추측·과장을 구분하기 어렵고, 수사기관이 증거를 내밀수록 진술이 구체화됐다는 이유다. 명씨는 김영선 전 의원 사건 수사 때는 오 시장 혐의를 말하지 않다가, 오 시장이 명씨 고소에 나선 뒤에야 진술을 시작했다. 재판부는 이 무렵 명씨가 오 시장을 어떻게 엮는지 보라는 위협적인 말을 한 점도 짚었다.

명씨는 오 시장이 울면서 네차례 전화해 나경원 후보를 이길 여론조사를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 진술이 미래한국연구소 측 파일 전송 시간과 맞지 않고, 명씨 스스로도 첫 여론조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위한 것이었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처음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에게 울면서 불법 비용 얘기를 했다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대납 요청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가 명씨 연락처를 오 시장이 아닌 강 전 부시장을 통해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의 통화 녹취록에도 이런 내용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김씨를 '자금 댈 사람'으로 직접 소개했다는 명씨의 수사기관 진술과 배치된다. 항소심에서는 김씨 측이 낸 두 사람의 통화 녹음이 지난달 16일 탄핵증거로 채택됐다. 탄핵증거는 유무죄를 직접 증명하는 증거가 아니라 다른 사람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데 쓰이는 증거다.

재판부는 은밀해야 할 대납을 대놓고 요청하고 은행 계좌로 부가가치세까지 붙여 송금한 점도 이례적이라고 봤다. 김씨가 5차례 보낸 돈이 특검 주장처럼 여론조사 10건에 대응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범죄사실은 합리적 의심이 없을 만큼 확신을 주는 증거로 증명돼야 하고, 그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합리적 의심은 상식을 갖춘 사람이 품을 만한 정당한 의문을 말한다. 재판부는 "수사와 기소로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형사법의 대원칙"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과 명씨가 여러 차례 만났고 김씨 돈이 명씨에게 건너간 점에 비춰 "유죄의 의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유일한 명씨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고, 나머지 단편적 사실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단은 같은 재판부가 지난 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데 이은 것이다.

■법리상 뒤집기 어렵지만...정치권 압력 등 변수
특검팀이 상고하면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진다. 법조계에서는 상고심에서도 무죄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법원은 1·2심의 법리 적용이 옳았는지를 따지는 '법률심'이어서 사실관계 판단은 원칙적으로 1·2심의 몫이기 때문이다.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라며 "이번처럼 사실관계가 쟁점인 사건에서 대법원이 2심 사실관계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법원 내부의 판단 구조와 별개로 정치권 등 외부 압력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오 시장이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점을 감안하면 대법원이 소부가 아닌 전원합의체에서 사건을 심리할 수 있다"며 "여권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안을 제출하는 등 외부 변수가 재판에 개입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재판부로, 판례 변경이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을 맡는다.

한편 김건희 특검법은 1심은 공소제기일부터 6개월, 2·3심은 앞선 판결 선고일부터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상고심 결론은 내년 1월 23일께 나와야 한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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