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서 살아난 오세훈..대권가도 활짝 열리나
[파이낸셜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권 가도가 활짝 열렸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1심에서 시장직 박탈형을 선고받으면서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2심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기사회생한 것이다. 따라서 차기 당권은 물론 2030년 대권까지 보수 주도권 다툼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관측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23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1심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1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린 1심 판결이 2심에 이어 3심까지 이어질 경우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릴 것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아직 최종심 판단이 남아있지만 2심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오 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시장직과 더불어 피선거권 박탈되면 오 시장은 사실상 대선 레이스에서 낙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961년생 적지 않은 나이인 만큼 2035년 대선을 바라보기에도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사실상 정계 은퇴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 속에서도 기적적으로 생환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로써 오 시장이 대권 레이스에는 청신호가 커졌다. 보수 야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탄 만큼 2028년 총선·2030년 대선 모두 '정권 심판론'을 필두로 정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보수야권의 후보 중 무소속인 한동훈 의원을 제외하고는 국민의힘 소속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 오 시장인데, 사법리스크를 덜어내면서 유력 대권 주자로 우뚝 선 모습이다.
서울시정도 안정감을 찾은 만큼 부동산 정책을 고리로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오 시장은 용산공원 개발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기싸움을 해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신속한 부동산 공급을 주문했는데, 이를 위해선 서울시의 협조가 필요하다. 오 시장이 수도권 선거에서 절대적 위치인 부동산 이슈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대권 주자를 중심으로 정계가 재편되는 한국 정치의 특성 상 오 시장의 당내 장악력 역시 커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같은 진영의 유력 주자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한동훈 의원의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장 대표에게 오 시장은 껄끄러운 인물일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은 장 대표의 징계 정치·윤어게인 노선 등 '독선적 당 운영'을 비판하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장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수차례 촉구한 바 있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올림픽공원에 연일 방문하는 등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는 장 대표와, 중도 확장성이 있다고 평가 받는 오 시장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오 시장과 가까운 비당권파 의원들이 다시 움직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조은희·김재섭 의원은 물론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들이 장 대표의 노선을 재차 비판하며 보수 통합을 요구하며 오 시장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당 관계자들도 "민주당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지 못하는 이유에 장 대표도 있지 않겠나"라며 "지금과 같은 리더십으로 차기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의원의 셈법은 매우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과 한 의원은 모두 '오동석(오세훈·한동훈·이준석) 연합'의 한 축으로 평가 받았고, 장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동시에 내온 인물이다. 중도 확장성이 있는 두 인물이 당권까지 잡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 인물 모두 2030 대권을 노리는 잠룡으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의원과 오 시장은 서로 협력하면서 견제하는 관계"라며 "당장은 경쟁하기보다는 힘을 합쳐서 당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움직이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최종심 무죄가 확정된다고 가정했을 때, 결국 총선·대선 전 변수는 당권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대표가 내년 2월 이후까지 임기를 수행할 경우 8월 전당대회가 열릴 예정인데, 당원들이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총선과 대선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이고, 한 의원은 국민의힘 당적이 없는 만큼 현재로써는 직접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 시장과 한 의원을 대변할 대리인이 출마해 당권을 노리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email protected] 이해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