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 종목을 그때 왜 샀지?"... 후회하기 전에 가져야 할 '이 습관'[인치범의 주식투자 부트캠프]
[파이낸셜뉴스]"기억은 완벽하지 않아. 그리 믿을 만한 것도 못 되지. 기억은 왜곡될 수 있단 말이야. 기억은 그저 해석일 뿐이지, 기록이 아니야. 사실을 쥐고 있다면 기억 따윈 상관없어" 영화 <메멘토 (Memento)> 레너드(가이 피어스)의 대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메멘토 (Memento, 2001년 국내 개봉)>의 대사입니다. 아내가 살해된 후,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려 단 몇 분 정도만 '기억'이 유지되는 레너드. 그는 살해범에 대한 단서를 찾을 때마다 필사적으로 사진과 메모를 남기고 몸에 문신을 새깁니다.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남긴 '기록'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것입니다.
주인공 레너드가 의지했던 기록의 위력은 주식 투자에서도 발휘될 수 있습니다. 레너드처럼 투자자도 '기록'을 지침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매매는 반복하고, 실패한 매매는 되풀이하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초보 투자자는 매매 원칙, 매매 사유, 시장 상황, 당시 감정 등을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성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투자자의 기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또한 탈레브는 우리 뇌가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 그 결과에 맞춰 과거의 기억을 소급하여 재편집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관점에 맞춰 과거를 끊임없이 다시 쓴다는 겁니다. 주장대로라면 매번 재생해도 똑같은 내용을 보여주는 OTT 드라마와는 달리 우리 기억은 꺼낼 때마다 조금씩 편집된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같은 사건을 접하더라도 서로 다르게 판단하고 기억하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일 것 같습니다. 이 주장이 맞다면 투자자는 과거 매매를 기억에만 의존하여 판단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이런 기억의 단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영화 주인공 레너드의 대사가 단서를 주는 것 같습니다. "형사들은 가만히 앉아 옛날 일이나 기억해 내면서 범인을 잡지 않아. 그들은 사실을 수집하고, 메모를 남기고, 결론을 도출해 내. '기억'이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말이야."
즉 투자자도 과거의 매매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메모(기록)해 두면 기억의 왜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매번 메모하려면 중요한 항목 몇 개만을 기록하는 게 좋습니다. 앞선 설명처럼 매매 원칙, 매매 사유, 시장 상황, 당시 감정 정도가 좋은 예입니다.
시장 복기를 위한 '기록'은 초보 투자자·투자 전문가 모두에게 필요 이런 매매에 대한 기록은 초보 투자자만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브리지워터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투자 판단 등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이를 구체적으로 '오류 일지(Error Log)'에 기록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인간 기억을 신뢰하기보다 기록의 힘을 믿는 것으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에서 '투자자의 스승'으로 불리는 마이클 모부신(Michael J. Mauboussin)은 의사결정 일지(Decision Journal)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오크트리 캐피털의 하워드 막스(Howard Marks)도 수십 년간 '고객 메모'를 작성해 왔습니다. 이들처럼 과거 시장 상황에서 자신이 실제로 어떤 사고와 근거를 가졌는지 기록으로 남겨두면 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자신의 기록(매매일지)에 대해 평가를 내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매매 후 결과에 대한 점수를 매겨 보는 겁니다. 원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매매 근거는 충분했는지,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적절히 대응했는지 등을 모두 평가해 보는 것입니다. 가점과 감점을 해봐도 좋고, 점수가 아닌 A, B, C로 등급을 매겨도 좋습니다. 이를 일정 기간 동안 모아서 '복기'해 보면 좋은 지침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도 저도 귀찮으면 매수와 매도 당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해시태그(#)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긴 문장으로 기록하기보다 솔직한 그 당시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포모(추격매수), #리벤지(시장에 열 받아서 질러봄), #지루(뭔가 해야할 것 같고 지루함) 이런 것입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연말에 모아 보면 내가 어떤 투자자인지 알게 되는 좋은 자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록이 습관화되신 분들은 이를 구체화하거나 항목을 세분화해 보시기 바랍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먼저 매매 결정 시 시장 상황을 자세하게 기술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시장 컨센서스와 내 생각의 차이도 좀 더 명확하게 기록합니다. 어떤 정보가 나오면 내 아이디어가 틀렸음을 인정하고 포지션을 정리하겠다는 반증 조건도 상세히 기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투자가가 시장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왜곡될 수 있는 기억의 문제점은 기록을 가이드 삼아 통제가능할 것 같습니다.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 문구로 칼럼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나는 아인슈타인이 언젠가 '내 연필은 나보다 똑똑하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의심할 바 없이 이 말은, 우리가 생각을 언어로 구성하고 특히 그것을 글로 적어 내려갈 때, 그 생각이 스스로의 생명력을 얻게 되며 원래 우리가 거기에 담으려고 의도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 —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 1902~1994), 1966년 강연<Of Clouds and Clocks>에서 아인슈타인의 말로 소개한 일화
[필자소개]
인치범 전무는 금융(삼성생명), IT(안랩, 한글과컴퓨터, SK커뮤니케이션즈), 유통(삼성테스코) 등의 분야에서 30년 간 일관되게 기업 커뮤니케이션 업무(PR·IR·ESG·CSR) 책임자로 근무했다. 현재는 케이피아이투자자문에서 투자와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주식투자성공은 무엇보다 돈을 다루는 올바른 습관을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성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