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래스카 가스 사업, 알고 보니 러시아가 몰래 돈 댔다"
러 '노바텍', UAE 위장 기업 내세워 美 '폴라 LNG'에 초기 자금 대고 지분 확보 추진
속은 것 안 폴라 LNG 전 CEO 등 경영진 줄사퇴…"美 안보 훼손하는 불법" 폭로
트럼프 특사-푸틴 종전 협상서도 거론… 러시아, 에너지 이권 챙기며 제재 회피 노려
한국 등 참여 검토하는 기존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과도 경쟁 구도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대러 제재 대상인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이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에 비밀리에 자금을 대고 지분까지 확보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이 사업이 미국과 러시아 간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테이블에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져, 러시아가 에너지 협력을 지렛대 삼아 제재 무력화와 이권 챙기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 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최대 민영 천연가스 기업 '노바텍(Novatek)'은 미국 스타트업 '폴라 LNG(Polar LNG)'가 추진하는 알래스카 북부 가스 개발 사업에 초기 자금을 댄 것으로 파악됐다.
폴라 LNG는 노바텍으로부터 64만 톤 규모의 해상 액화 설비(중력식 구조물)를 구매해 알래스카 북해에 설치하고, 쇄빙선으로 가스를 아시아에 수출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당초 이 사업의 초기 자금 출처는 아랍에미리트(UAE) 소재 기업 '테크 웨이브(Tech Wave)'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테크 웨이브를 앞세운 노바텍의 자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테크 웨이브의 주요 임원진 역시 노바텍 출신이다.
자금의 진짜 출처가 제재 대상인 러시아 기업임을 뒤늦게 안 조엘 리들 폴라 LNG 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수석부사장 등 핵심 임원들은 지난달 줄사퇴했다. 리들 전 CEO는 "러시아가 알래스카 북극 가스의 상업화를 통제하도록 두는 것은 불법이며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미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폴라 LNG 측은 리들을 "불만을 품고 해고된 직원"이라 깎아내리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으나, 노바텍 측은 해당 프로젝트의 소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 은밀한 프로젝트는 정치적 배경과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가까운 사업가인 젠트리 비치가 사업 초기에 관여한 데 이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재러드 쿠슈너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종전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알래스카 LNG 개발 구상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일각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거래'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과 종전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보지만, 전문가들은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제프리 파이엇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 구상에 대해 "환경적, 경제적, 지정학적으로 끔찍하다"며 "푸틴에게 전쟁의 책임 대신 이권을 안겨주는 '무료 석방 카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폴라 LNG의 사업은 기존에 추진되던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들과도 직접적인 경쟁 관계다. 특히 한국, 일본, 대만 등이 투자를 검토 중인 500억 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LNG 가스관 프로젝트(북부 생산 가스를 남부 해안으로 파이프라인 운송 후 수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매슈 맥매너스 전 미 국무부 부국장은 "수년의 인허가와 대러 제재 위험에 직면할 폴라 LNG보다 파이프라인 사업이 훨씬 타당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폴라 LNG 측은 가스 운송을 위해 한화오션이 당초 노바텍의 '북극 LNG 2' 프로젝트용으로 건조했다가 미국의 제재로 인도 및 계약이 중단된 쇄빙 LNG 운반선을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재무부는 제재 위반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어, 러시아 자본과 기술이 얽힌 이 프로젝트가 미국의 촘촘한 제재망을 뚫고 실제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