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5마리로 시작해 연 매출 70억...제주 목장의 역전 드라마
외환위기 적자에 폐업 고민...체험목장·유가공으로 사업 전환
SPC 거래 계기로 품질 경쟁력 강화...11개국 수출
연 35만명 찾는 제주 명소로
【제주=이주미 기자】 "젖소가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모든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1975년 젖소 5마리로 시작한 작은 목장이 이제는 전 세계 11개국에 유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21일 제주 아침미소목장에서 만난 이성철 대표는 목장의 성장비결을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1975년, 이 대표의 아버지가 젖소 5마리로 출발한 아침미소목장은 현재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의 아들도 경찰로 근무하다 귀농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아침미소목장은 연 매출만 70억원 규모에 달하는 제주 대표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 기업이다. 젖소를 키워 생산한 원유로 요구르트와 치즈를 만들고, 관광객들에게 목장을 무료로 개방해 관광지로도 키웠다. 원유 생산(1차)·제조(2차)·관광과 판매(3차)를 결합한 6차산업이다. 해외시장에도 진출해 2019년 첫 수출을 시작으로 현재 홍콩·일본·미국 등 11개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첫해 5200달러였던 수출액은 연간 최대 21만5000달러까지 늘어났다.
지금은 1년에만 35만명이 찾는 대표 관광 명소이자 수출기업이지만, 위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4~5년 간 적자가 쌓이면서 폐업의 기로에 놓였다. 결국 목장을 내놓기까지 했지만 팔리지 않아 사업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했다. 목장을 무료로 개방해 젖소 먹이 주기, 자연체험 등 체험목장으로 방향을 틀었고 유제품 가공사업으로 본격 전환하며 목장의 역전 드라마가 시작됐다.
2007년부터 요구르트와 치즈 등 자체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부부가 직접 유가공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제품 개발과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대표 상품인 요구르트 하나를 완성하는 데만 5년이 걸렸다.
첫 전환점은 2011년 SPC그룹과의 거래였다. SPC그룹이 계약에 앞서 약 9개월간 위생 교육을 진행했고 이를 계기로 생산과 위생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이후 현대백화점과 이마트 등으로 판로를 넓히고 스마트공장도 구축했다. 제품군도 요구르트와 치즈에서 그릭요거트와 카이막·과자 등으로 다양화했다.
이 대표는 "SPC와 계약을 맺은 후 월 매출이 300만원대에서 1억원대까지 늘었다"며 "위생관리나 품질 기준 등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에 하나하나 배우며 생산 기준을 정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표가 내세우는 품질의 비결은 '자유방목'이란 젖소 사육방식에 있다. 아침미소목장은 약 26만4000㎡(8만평)의 초지에서 송아지를 포함해 90~100마리의 젖소를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자유방목 방식이다. 생산성을 위해 젖소들을 무리하게 늘리는 대신 직접 재배한 건초를 젖소들에게 먹일 수 있는 규모로만 운영한다.
이 대표는 "좋은 풀을 먹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젖소가 생산한 우유는 맛부터 다르다" 며 "풀을 먹고 자란 젖소는 사료를 많이 먹인 젖소보다 우유 생산량은 적지만 맛이나 영양분에서 차이가 난다"고 강조했다.
아침미소목장의 다음 목표는 브랜드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성장해 온 직원들의 미래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이 대표는 목장에서 장기간 근무한 직원들이 퇴직 후에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직원들이 퇴직한 뒤에도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내년이 아닌 백 년 후를 바라보며 매일 아침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이주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