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허 중동전쟁에 유가 전망도 속수무책…고유가 시나리오마저 흔들
[파이낸셜뉴스]
중동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국책연구기관의 하반기 유가 전망과 실제 가격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4·4분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1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유가는 110달러를 웃돌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의 원유 수송 차질이 이어지고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유가 안정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못한 것이다.
26일 국제 원유시장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110달러를 웃돌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3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 인도분은 배럴당 116.72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배럴당 116.9달러를 기록했다.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 공격 등으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 7월 작성해 이달 공개한 '2026년 하반기 국제 원유 시황과 유가 전망' 에 따르면 올 하반기 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균 84.48달러로 예상됐다. 분기별로는 3·4분기 87.66달러에서 4·4분기에는 81.29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공급 차질이 지속되는 고유가 시나리오에서도 4·4분기 가격은 91.85달러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현물가격은 이보다 25달러 이상 높았다. 분기 평균 전망치와 특정일 가격의 비교지만 당시 제시한 고유가 전망치를 크게 웃돈 셈이다.
당초 연구원은 8월 이후 호르무즈 통항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4·4분기에는 중동 산유국의 생산과 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원유 수급이 공급 과잉으로 전환되며 유가도 안정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홍해 지역의 수송 불안에 추가적인 군사 충돌까지 겹치면서 중동 정세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됐다.
에경원도 기존 전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구원 측은 "7월에 작성한 전망을 현재 시점에서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 전망치를 다시 산출할 필요성이 논의됐지만 공식 수정 작업은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향후 전망을 수정할 경우 홍해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과 원유 수송 차질에 따른 위험 프리미엄 등을 추가로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4분기와 내년 1·4분기 전망치를 중심으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인 조정 폭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고유가가 내년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에경원 김태환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원유 자체가 부족하다기보다 원유가 이동하는 길이 막혀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쿠웨이트와 이라크 등의 원유가 다시 시장에 공급되면 유가가 빠르게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다.
[email protected]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