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LIG D&A '2년간 입찰 제한'… KF-21 사업 흔드나
1심 선고 전 최고 수준 제재 강행
국감 질타 이후 정치권 압박 논란
LIG, 집행정지·취소소송 등 대응
공대공 유도탄 사업 차질 우려도
방위사업청이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에 2년 간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제재를 내렸다. 방사청 사무관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 등이 이유다. 문제는 관련 형사재판 1심 선고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 수준의 제재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과거 방사청은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건에서도 입찰 제한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방산기업은 물론 우리 군의 전력화 사업까지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LIG D&A에 대한 제재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유죄판결에도 신중하던 방사청, 정치권 질타에 기소만으로 입찰제한
25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 20일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를 열어 LIG D&A에 24개월간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을 의결했다. 국가계약법상 최고 수준의 제재다.
그러나 제재의 배경이 된 방사청 사무관 뇌물 사건은 아직 1심 판결 전이다.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일부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LIG D&A의 조직적 부정행위인지 개인의 일탈인지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방사청이 제재 사유로 제시한 원가 부정 의혹도 쟁점이다. 장기간에 걸쳐 연구·개발(R&D) 및 양산 비용을 허위로 부풀렸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다만 해당 혐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방사청이 그동안 입찰 참가 자격 제한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다. A사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됐지만, 방사청은 경영진의 개입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지도에 그쳤다.
방사청이 입찰 제한에 신중했던 이유는 제재가 방산기업뿐 아니라 우리 군의 전력화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제재가 형사재판과 별개로 이뤄지더라도,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기업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향후 무죄 판결을 받거나 행정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입찰 제한으로 발생한 사업상 손실과 대외 신인도 훼손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LIG D&A는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80.1%에 달해 국내 공공부문 입찰 제한의 파장이 클 수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방사청을 질타한 뒤 강도 높은 제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압박에 대한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이용철 방사청장은 국정감사에서 "굉장히 기분이 언짢다"며 "엄정하게 대응해 이런 일이 재발돼서는 안 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LIG D&A는 제재가 과도하다고 판단해 집행정지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신익현 LIG D&A 대표이사는 오는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제재의 형평성과 K방산 경쟁력 저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 칼춤에 1조9000억 KF-21 공대공 유도탄 개발·양산 흔들린다
방사청의 제재로 국산 전투기 KF-21에 탑재할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발비 7535억원과 후속 양산비 1조1471억원 등 총 1조9000억원가량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LIG D&A는 유도탄 설계와 구성품 연동 등을 총괄하는 체계종합 분야를 비롯한 5개 분야에서 제안서 평가 1순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제한 처분의 효력이 유지되면 최종 계약 체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유도탄의 기체구조와 추진기관 등을 맡을 업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B사 역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지난 6월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으며, 관련 사고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 2명 이상이 동시에 사망한 경우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사청이 LIG D&A와 B사 등에 지나친 제재를 가하면 KF-21 전력화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mail protected] 김윤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