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음주운전 측정 전 입 헹굼 물 안주면 증거로 못써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대법, 적법한 절차 이행 강조
유죄 판단한 원심 파기 환송

음주측정 전에 입을 헹굴 물을 주지 않고 받아낸 호흡조사 결과가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운전자가 잠들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절차를 건너뛸 수는 없다는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경찰은 2023년 12월 9일 오후 8시 25분께 '도로 한가운데 차량 시동을 켜둔 채 운전석에서 자고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지구대 벤치에 눕혔다. 경찰관들은 누워 있는 A씨의 입 근처에 측정기 불대를 거듭 가져다 댔고, 오후 8시 50분께 확인된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였다. 앞서 2019년 3월 같은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된 A씨는 재범으로 기소됐다.

쟁점은 입헹굼물을 주지 않고 얻은 측정 결과의 증거능력이었다. 1·2심 결론은 모두 유죄였지만 이유는 달랐다.

1심은 입헹굼물 제공이 경찰 내부지침상 절차여서 대외적 구속력이 없고, 음주 종료 후 20분이 지나 헹굴 필요도 없었다고 봤다.

2심은 A씨가 갑자기 일어나 측정기를 불어 물을 줄 수 없었다며 귀책사유가 A씨에게 있어 신빙성 문제일 뿐이라고 봤다.

입헹굼물 제공은 2017년 3월 경찰청 내부지침에 음용수 200mL를 주도록 규정됐다가 2023년 7월 4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으로 상향됐다. 단속은 다섯달가량 뒤였다.

대법원은 입헹굼물 제공이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에 해당하므로, 이를 지키지 않고 한 음주측정 결과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실제로 입을 헹굴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음용수를 주며 헹굴 것을 안내·권유하면 충분하다고 전제한 뒤, "그 절차 자체는 실제로 이행되어야 하는 것이지 운전자가 잠들어 있다는 사정만을 들어 절차의 이행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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