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설비, 석탄 추월… 발전량은 석탄이 3배 많아
전력망이 설비 증가 속도 못따라가
재생에너지 설비, 전체의 25.4%
LNG 설비의 4.3배 속도로 증가
계통 연결 대기 설비만 3546㎿
송전망 수용능력 기준 점검 필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처음으로 석탄발전 설비를 넘어섰다. 하지만 실제로 만들어 보내는 전기의 양은 여전히 석탄에 크게 못 미친다. 전력망이 설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지어 놓고도 계통에 연결하지 못하거나 연결하고도 발전을 멈춰야 하는 설비가 늘고 있어서다.
■발전량 석탄이 재생에너지 3배
2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21일 기준)은 4만1040㎿로 석탄발전 설비용량(4만757㎿)보다 283㎿ 많다. 재생에너지는 전체 발전설비의 25.4%를 차지해 액화천연가스(LNG·4만6788㎿)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전원이 됐다. LNG와의 격차도 5748㎿로 좁혀졌다. 2020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는 연평균 약 3504㎿씩 늘어 LNG(약 807㎿)의 4.3배 속도로 증가했다.
설비용량 역전이 곧 전력 공급의 역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연간 발전량 기준으로는 여전히 석탄이 재생에너지의 3배를 웃돈다. 태양광은 해가 떠 있는 시간에만,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같은 1㎿라도 실제 생산량은 24시간 돌아가는 석탄·원전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전기를 보내는 길도 문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전력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력망 용량 부족으로 계통 연결을 기다리는 재생에너지 설비는 3546㎿에 이른다. 1GW급 원전 3.5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64.8%(2298㎿)가 호남권에 몰려 있다.
계통에 연결된 설비도 발전을 멈추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전력거래소 공개 자료를 보면 육지 태양광 출력제어 발생 일수는 2023년 2일에서 2024년 26일, 지난해 82일로 급증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59회 발생했다. 전력이 남는 낮 시간대 계통이 감당할 수 없는 만큼 발전을 강제로 줄이는 것으로, 발전사업자에게는 그대로 수익 손실이다.
■망 수용능력도 함께 따져야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정책을 설비 확충 실적이 아니라 실제 공급능력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급 목표를 세울 때 지역별 송전망 수용능력과 준공 일정, 출력제어 전망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발전설비를 먼저 늘리고, 계통 문제를 나중에 푸는 방식으로는 설비 증가에 비례해 버려지는 전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제도 개선으로 출력제어를 줄인 사례도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높은 제주에서는 하루 1회였던 전력거래를 15분 단위로 바꾸고, 재생에너지를 가격 입찰에 참여시키는 시범사업을 운영한 결과 2024년 6~9월 출력제어가 72% 줄었다. 정부는 이 같은 실시간 시장과 재생에너지 입찰제를 육지로 넓힐 계획이지만 재생에너지 설비가 약 2GW인 제주와 달리, 육지는 태양광만 30GW를 넘어 규모가 다르다.
송전망 건설 속도를 높이는 것 역시 과제로 꼽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2일부터 송전망 주변 마을의 태양광 소득을 지원하고 입지선정 과정의 주민 참여를 넓히는 내용의 전력망 특별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주민 반발로 송전망 건설이 늦어지는 문제를 풀어야 재생에너지 설비 역전이 실제 전력 공급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email protected] 이유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