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中 전기 상용차에만 통한 '보조금'… 승용차엔 한계 드러나 [안방 파고드는 중국車, 내우외환 겪는 한국車(상)]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기 마을버스급 중국산 13%p↓
승용 전기차 '업체 단위' 기준에
올 등록 승용전기차 40% 중국산
전기차 국내 생산세액공제 필요

국내에서 새로 등록되는 승용 전기차 10대 중 4대 이상은 중국산이다. 미국과 유럽이 빗장을 거는 사이 관세 8%에 불과한 한국은 중국차의 새 격전지가 됐다. 파이낸셜뉴스는 안방 시장을 파고드는 중국 전기차와 국내 공장에 스며든 중국 자본의 실태를 세 차례에 걸쳐 짚고, 정부의 대응 방향 등 한국 자동차산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국내에서 새로 등록되는 승용 전기차 10대 중 4대 이상은 중국산이다. 미국과 유럽이 빗장을 거는 사이 관세 8%에 불과한 한국은 중국차의 새 격전지가 됐다. 파이낸셜뉴스는 안방 시장을 파고드는 중국 전기차와 국내 공장에 스며든 중국 자본의 실태를 세 차례에 걸쳐 짚고, 정부의 대응 방향 등 한국 자동차산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중국산 전기트럭이 국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1~9월 648대가 새로 등록됐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승용차 시장에서는 거꾸로 중국산이 세를 불렸다. 올해 새로 등록된 승용 전기차 10대 중 4대 이상이 중국산이다. 보조금 문턱이 상용차에선 통했지만 승용차에선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이에 구매보조금을 넘어 국내 생산을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용은 '문턱' 높이고 '대안' 키웠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버스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국산이 절반을 넘던 시장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3년 새로 등록된 전기 승합차의 54.1%가 중국산이었다.

이에 정부는 보조금 문턱을 단계적으로 높였다. 2024년 배터리 에너지밀도에 따른 차등 지급을 시작했고, 지난해엔 1회 충전 주행거리 기준을 더했다. 올해는 국토교통부도 저상버스 보조금에 에너지밀도 기준을 적용했다. 7월부터는 국내 공급망 기여도(100점 중 40점) 등을 따져 보조금 지급 대상 업체를 걸러내는 '보급사업 수행자 평가'까지 도입했다. 에너지밀도가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주로 쓰는 중국산 버스엔 불리한 구조다. 빈자리는 국산이 채웠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중형 마을버스급 전기버스 시장에서 국산은 지난해 1~9월 222대에서 올해 382대로 늘었고, 중국산은 289대에서 134대로 반토막 났다. KG모빌리티의 상용차 계열사 KGM커머셜은 지난 2월 7m급 저상 전기버스 'E-스타나' 1호차를 마을버스 업체에 인도했다. 전기화물차 시장은 기아 PV5 카고가 주도했다.

그 결과 시내·마을버스급 전기버스의 중국산 비중은 지난해 1~9월 34.6%에서 올해 21.6%로 13.0%p 떨어졌다. 전기화물차는 6.7%에서 0.5%로 사실상 '제로'가 됐다.

■승용 문턱 넘은 중국산 전기차

승용 시장은 거꾸로 갔다. KAMA 집계로 승용 전기차의 국산 비중은 2022년 69.0%에서 해마다 낮아져 올해 1~9월 48.7%로 절반 아래로 내려앉았다.

같은 평가를 거쳤지만 결과는 달랐다. 업계에 따르면 상용 부문에서는 탈락한 21곳 중 19곳이 중국 제조사·수입사였던 반면, 승용 부문에서는 BYD만 빠졌다. 평가가 차종이 아닌 업체 단위로 이뤄지다 보니 해외에서 만든 차라도 업체가 기준을 넘기면 보조금을 받는다.

상하이 공장에서 만든 모델Y·모델3를 들여오는 테슬라는 평가를 통과했다. KAMA에 따르면 테슬라는 1~9월에만 8만9131대가 등록됐다.

탈락한 BYD도 판매는 줄지 않았다. BYD 승용차는 7월부터 국고·지방 보조금이 모두 끊겼지만, BYD는 차종별로 100만원대의 자체 지원금을 내걸어 공백을 메웠다. 석 달간 들인 돈은 약 100억원으로 추정된다. 3·4분기 BYD 월평균 등록 대수(2528대)는 상반기(1945대)보다 오히려 30% 늘었다.

보조금은 생산지를 묻지 않는다. 상하이산 모델Y·모델3도 국산 전기차와 같은 기준으로 대당 168만~215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다. 정부는 내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예산안을 올해보다 32.8% 늘린 2조1403억원으로 편성했다.

■대안은 '전기차 세액공제'

업계에서는 구매보조금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구매보조금은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국내 생산차뿐 아니라 수입 전기차에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며 "생산세액공제는 국내 생산량과 연계되기 때문에 국내 공장의 가동률, 부품업체의 수주, 생산직 고용을 유지하는 데 더 직접적인 유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생산 단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KAMA는 지난 8월 낸 상반기 보고서에서 중국산 전기차 유입이 "국내 제조 기반의 위축과 공급망 관련 경쟁 압력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매보조금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국내생산촉진세제'와 같은 국내 생산기반과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8월 세제개편안에서 반도체·이차전지 등을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넣으면서 완성차는 뺐다. 이에 여야 의원 19명은 지난 16일 전기차를 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다음 달 초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찾아 업계 의견을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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