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김정은 '교량 외교' 본질은 북러 밀착 견제…中, 대북 영향력 사수"
WSJ, 단순 방중·교량 개통 넘어 '지정학적 역학 관계'에 초점 맞춰
북·러 밀착에 자극받은 中, 대북 영향력 유지 다급해져
시진핑 불참 속 '당 서열 4위' 왕후닝 정협 주석이 영접 주도
"미국이 동맹과 삐걱대는 틈타 반미 결속 과시"…12년 방치되다 최근 개통한 대교 건너
[파이낸셜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단둥 전격 방문과 '신압록강대교' 이용 소식이 국내 언론을 통해 잇따라 타전된 가운데, 주요 외신은 이번 행보를 단순한 북중 교류 재개를 넘어선 '지정학적 교량 외교(Bridge diplomacy)'로 심층 분석했다. 단둥의 버스 공장 시찰이라는 표면적 사실보다, 완공 후 12년 동안 방치되다 최근 개통한 교량을 '왜 지금' 건넜는지에 대한 셈법에 주목한 것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북중 밀착의 가장 핵심적인 숨은 동기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매체는 "과거 북한의 핵 고도화 행보가 중국을 불편한 처지에 놓이게 하면서 양국 관계가 흔들렸던 시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결속이 강화되면서, 중국으로서는 김정은 정권에 대한 기존의 영향력을 유지해야만 하는 강력한 '추가 동기'가 생겼다"고 짚었다. 북러 군사 밀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지정학적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북한 관리에 적극 나섰다는 해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지 않고 중국공산당 서열 4위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영접을 주도한 것 역시 치밀한 외교적 수위 조절로 풀이된다. 왕 주석은 김 위원장과 만나 "사회주의 공동의 위업을 끈으로 삼아 양국 최고 지도자가 도달한 공감대를 이행하고 북중 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이 발전시키자"고 화답했다.
WSJ는 이번 방중을 대미(對美) 압박 메시지 차원에서도 의미 있게 평가했다. 매체는 "미국 정부가 무역, 안보, 방위비 지출 문제 등으로 자국 동맹국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시점에 이 같은 '교량 외교'가 전개됐다"고 꼬집었다. 동맹국과의 비용 청구서 문제로 미국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삐걱대는 틈을 타, 주요 경쟁국들이 '피로 맺어진 무적의 우정'을 과시하며 뭉치고 있음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중국이 3억 달러(약 4200억원)를 투입하고도 북한 측 인프라 미비로 12년간 쓰이지 못했던 4차선 신압록강대교가 마침내 제 기능을 시작한 점에 대해서도, WSJ는 이를 정치·군사적 결속과 더불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온전히 회복한 양국 간 본격적인 무역 정상화의 강력한 신호탄으로 평가했다.
한편 북한 관영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 양국의 관계를 "피로 맺어진 무적의 우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대표단을 이끈 왕 주석 역시 "사회주의 공동의 위업을 끈으로 삼아, 양국 최고 지도자가 도달한 공감대를 이행하고 북중 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이 발전시키자"며 굳건한 연대를 재확인했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