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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카 알바네세, 가자 너머 전쟁 떠받치는 이들을 겨누다 [홍채완의 글로벌 이사람]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집단학살 의혹·기업 책임 추궁
美 제재에 국제사회 반발…법적 공방으로

프란체스카 알바네세.사진=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인스타그램 계정
프란체스카 알바네세.사진=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인스타그램 계정

[파이낸셜뉴스] 인권 침해를 조사하던 국제법 전문가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됐다. 가자지구 참상을 고발하고 이스라엘 지원 국가·기업의 책임을 추궁한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인권 특별보고관의 이야기다.

그를 향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지지자들은 강대국의 압력에도 국제법의 원칙을 지키는 인물로 평가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유럽의회 의원 주도로 33개국 300명 가까운 인사가 그를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 등은 그의 발언과 활동이 편향됐다고 비난한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권리를 연구하던 법률가는 이제 인권 감시의 독립성을 둘러싼 국제적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난민의 법적 지위를 연구하던 법률가
알바네세는 이탈리아 남부 아리아노이르피노 출신이다. 피사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SOAS 런던 대학교에서 인권법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등에서 일하며 중동과 북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권과 난민 보호, 강제이주 문제를 다뤘다.

그의 전문성을 쌓아 올린 주제는 팔레스타인 난민이었다. 2020년에는 난민법 전문가 렉스 타켄베르흐와 함께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난민' 개정판을 출간했다.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의 기원과 이들의 법적 지위, 보호 체계 등을 분석한 책이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어떤 권리가 있으며, 국제사회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그의 오랜 연구 과제였다.

이후 알바네세는 2022년 5월 팔레스타인 점령지 인권 특별보고관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 직책을 맡은 첫 여성이었다. 공식 임무는 1967년 이후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의 인권 상황을 조사하고 보고하는 것이었다.

군사작전 이면의 기업·자본 책임을 추궁하다
알바네세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가자전쟁이었다. 그는 2024년 3월 '집단학살의 해부학'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볼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의 시선은 정부와 군을 넘어 그들의 전쟁을 뒷받침하는 경제적 관계로 넓어졌다. 2025년 보고서 '점령의 경제에서 집단학살의 경제로'에서는 기업들이 이스라엘의 점령과 가자지구 파괴를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이익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기와 군사 장비뿐 아니라 기술과 서비스 등 기업 활동이 인권 침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문제 삼았다.

보고서가 던진 질문은 전쟁과 인권 침해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직접 무력을 행사한 주체뿐 아니라 물자와 기술, 경제적 기반을 제공한 기업에도 책임이 있는지 따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기업에는 통상적인 사업으로 여겨지는 거래도 국제법 위반을 돕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고도 볼 수 있다.

이후 올해 3월 제출한 '고문과 집단학살' 보고서에서는 2023년 이후 팔레스타인인에게 가해진 고문 문제를 다뤘다. 구금시설 안에서 발생한 행위뿐 아니라 시설 밖에서 이뤄진 인권 침해까지 분석하며, 이를 집단학살 문제와 연결했다.

인권 조사자가 제재 대상이 된 역설
미국은 지난해 7월 알바네세를 제재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미국과 이스라엘 국민을 상대로 조치하도록 그가 관여했다는 것이 미국 측 설명이었다.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과 특별절차 조정위원회는 반발했다. 인권 조사 활동에 대한 제재가 독립적인 감시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후 올해 5월, 미 연방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제재를 잠정 차단했다. 미국은 약 일주일 후 그를 제재 명단에서 삭제했지만, 항소법원이 제재 집행을 다시 허용하자 이후 결국 재등재했다. 인권 감시 활동의 독립성과 미국의 제재 권한을 둘러싼 충돌이 법적 공방으로 번진 것이다.

발언 논란 속에서도…가자의 미래에 목소리 내다
알바네세를 둘러싼 논란을 모두 외부의 압력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의 과거 표현 자체가 비판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2014년 미국을 '유대인 로비'에 예속된 국가로 묘사한 글은 유대인이 국가를 배후에서 지배한다는 반유대주의적 고정관념을 담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알바네세는 표현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반유대주의라는 비판엔 선을 그었다. 이후 반유대주의·홀로코스트 연구자 등 학자 65명도 표현의 문제 자체는 인정하되, 말하려던 취지와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를 옹호했다.

이외에도,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는 반론이 제기된 적도 있다. 올해 2월에는 그가 이스라엘을 '인류 공동의 적'이라고 불렀다는 주장에 유럽 일부 장관들이 반발했다. 그러나 이에 영국 언론은 확인한 연설문에서 이스라엘을 그렇게 지칭한 내용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특별절차 조정위원회 역시 "허위정보에 근거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발언의 적절성을 따지는 '비판'과 발언을 왜곡한 '공격'을 구별해야 하는 이유다.

알바네세는 최근 전후 가자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방식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평화 구상을 비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하고 팔레스타인인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며, 이 구상에 참여하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재고를 촉구했다.

난민의 법적 권리를 연구해온 그의 활동은 전쟁의 책임과 전후 질서를 둘러싼 문제로 이어졌다. 팔레스타인인의 미래를 결정할 때 정작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 알바네세는 그 질문을 국제사회에 되묻고 있다.

[email protected] 홍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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