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5만대 시대 열었지만…보조금 삭감에 '성장 발목'
현대차 누적 판매 5만262대 돌파
내년 보조금 4457억으로 축소
지방비 부족에 국비 집행 차질
[파이낸셜뉴스]현대자동차가 국내 수소전기차 누적 판매 5만대를 돌파했지만 수소 산업의 성장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년 수소차 구매지원 예산을 23% 줄이기로 한 데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족으로 올해 편성된 국비마저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수소차 보급 부진이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고, 줄어든 지원이 다시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수소전기차 시장은 넥쏘 출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2019년 이후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친환경 버스 전환 정책에 힘입어 상용차 시장까지 확대됐다. 누적 판매량은 2020년 1만대, 2022년 2만대, 2023년 3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연료전지 연구에 착수해 2013년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전기차인 투싼 ix FCEV를 선보였다. 2020년에는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양산하며 상용차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지난해 출시한 '디 올 뉴 넥쏘'는 1회 충전 주행거리를 기존 609㎞에서 최대 720㎞까지 늘렸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량의 약 70%를 차지했다.
수소차 보급 확대는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소전기차 한 대에는 약 2만개의 부품이 사용된다. 내연기관차 부품업체들이 보유한 정밀가공과 조립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 넥쏘의 핵심 부품 국산화율은 90% 이상으로, 60여개 협력사가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수소연합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수소 관련 기업은 약 3000개, 종사자는 3만7000명에 달한다.
올해 수소전기승용차 국비 지원 물량은 6000대지만 9월 말 기준 지방비가 확보된 물량은 5093대로 84.9%에 그쳤다. 수소버스 등 상용차는 국비 지원 물량 1800대 가운데 지방비가 확보된 물량이 약 1270대(70.6%)에 불과하다. 승용차 907대, 상용차 약 530대에 해당하는 국비 지원 물량이 지방비 부족으로 제약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예산 집행이 부진하자 정부는 내년도 지원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수소차 구매지원 예산은 올해 5762억원에서 내년 4457억원으로 1305억원(22.6%) 감소한다. 지난해 수소차 보급사업 예산 집행률이 67%에 그쳤고 올해도 7월 말 기준 47%에 머문 점 등이 반영됐다.
개별 차량에 대한 지원도 축소된다. 수소승용차 한 대당 국비 보조금은 올해 2250만원에서 내년 2000만원으로 250만원(11.1%) 줄어들 예정이다. 2018년 이후 9년 만의 인하다. 수소버스 지원 물량도 올해 1800대에서 내년 1400대로 축소된다.
반면 내년 전기차 보급 예산은 올해 1조6114억원에서 2조1403억원으로 32.8% 늘어난다. 수소차 업계에서는 시장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원까지 줄어들 경우 민간 투자와 관련 부품업체들의 사업 확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충전 인프라의 사업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의원실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업운영 실적이 있는 수소충전소 258개소 중 208개소(80.6%)가 연료구입비 보조금을 받았다. 충전소 10곳 중 8곳이 운영 적자를 보조금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기준 전국 수소충전소는 309개소, 충전설비는 493기로 집계됐다. 하지만 수소차 보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충전소 이용률과 수익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차량 보급 확대와 충전 인프라 확충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수소 생태계 전반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전기차 국내 5만대 판매는 업계의 혁신과 정부 정책이 결합해 수소 생태계를 키워낸 성과"라며 "이를 다음 단계의 시장 도약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승용차뿐 아니라 상용차와 충전망까지 3박자가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 생태계의 성장이 국내 강소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편성된 예산이 현장의 제약 없이 집행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김동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