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양적 지표 좋아져도 청년 고용 침체는 계속될 것"
한은,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보고서
고용 악화 장기화·2차시장 고착화 경고
AI 확산·IT 중심 산업재편이 근본 원인
경기 회복돼도 회복 더딘 '이력 현상' 우려
[파이낸셜뉴스] 최근 심각한 청년 고용 악화가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중심의 산업 재편과 신규 고용 수요 둔화, 서비스업 성장 부진, 경직적 노동시장 및 이중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구조적 전환과 맞물려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 간의 괴리가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심화된 최근의 청년고용 부진은 과거의 높은 실업률 중심의 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고용 침체기였던 2014~2019년에는 9%대의 높은 실업률로 인해 유휴 노동이 표면화되는 양적 지표 악화가 두드러졌다. 당시 1990년대생 에코세대의 사회 진출과 경제활동인구가 일시적으로 급증해 노동수급 미스매치가 심화됐다.
이에 비하면 최근의 실업률과 고용률 등 기본적인 양적 지표는 양호하다. 그럼에도 취업자 중 임시직 및 일용직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적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 단순 실업률 수치에 가려져 있던 고용 안정성이 빠르게 훼손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청년고용 부진은 1차 노동시장의 신규채용 축소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1차 노동시장의 수요 정체가 지속되고, 청년층은 눈높이를 낮추어 2차 노동시장으로 하향 진입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구조가 상용직 고용창출력이 낮은 IT제조업 중심으로 재편된 점도 청년고용 부진을 심화하는 중요한 이유다. 사상 최대의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지만, 고용유발효과가 낮아 1차 노동시장 수요 확대는 물론, 신규 채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급격한 AI 기술의 확산은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을 극대화하고 있다. AI 기술은 경력이 적은 청년층이 주로 담당하던 정형화된 초급 및 기초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거나 보완하면서 신입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청년들의 고용 소외가 갈수록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장년층이 상당수 일하고 있는 1차 시장의 내부 잔류성은 높아진 반면, 외부 진입 경로는 더욱 좁아져 청년들의 2차 시장 고착(Lock-in)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한은은 "향후 노동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역량 부족 청년들을 중심으로 고용 개선이 장기간 지연되는 이력 현상(나빠진 상태가 되면 나중에 외부 상황이 좋아지더라도 예전의 상태로 쉽게 돌아가지 못한다는 의미)이 우려된다"며 "노동 이동성 저하와 2차 시장 고착화로 인해 청년들이 직무 역량을 축적할 기회마저 상실하면서 구조적인 장기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단기적인 일자리 공급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IT 제조업의 성장이 연관 산업 및 내수 부문으로 파급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반도체 중심 성장 및 AI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과 산업의 유기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상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