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거래는 없는데 세금계산서만 106억원…AI업체의 수상한 장부[사건실화]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물품·서비스 오가지 않았는데 31차례 세금계산서 발급·수취
法 "조세징수권 행사 방해"…대표 징역형 집유·벌금 11억원 선고유예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파이낸셜뉴스] 2023년 9월 서울 마포구의 한 회사 사무실. 물품 납품이나 서비스 제공 없이 거래처에 공급가액 3억5000만원짜리 세금계산서가 발급됐다. 실제 거래는 없었지만 서류상으로는 수억원대 거래가 한순간에 이뤄졌다.

이런 세금계산서 발행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회사는 다른 업체에 물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한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발급했고, 반대로 거래처에서 공급받지 않은 물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관련 서비스 회사의 대표이사 A씨는 2023년 9월 20일부터 2025년 1월 9일까지 2개 업체에 총 13차례에 걸쳐 공급가액 53억6200만원 상당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같은 기간 5개 업체로부터는 실제 재화나 용역을 공급받지 않고도 18차례에 걸쳐 공급가액 53억393만6363원 상당의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다. 이렇게 주고받은 허위 세금계산서는 총 31건이었으며 공급가액 합계는 106억6593만6363원에 달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최정인 부장판사)는 지난 8월 1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세금계산서교부 등)과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벌금 11억원의 선고는 유예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법인 B에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허위세금계산서를 최초로 적발한 서울지방국세은 조세범칙조사를 거쳐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넘겼다. 국세청은 실제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은 행위를 문제 삼아 A씨와 법인을 고발했다. 검찰은 A씨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법인 B에는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허위 세금계산서의 공급가액이 100억원을 초과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허위세금계산서 발급·수취 범행은 국가의 정당한 조세징수권 행사를 어렵게 만들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A씨 등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조세포탈이 범행의 주된 목적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사건 이후 세금을 모두 납부한 점과 A씨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도 양형에 반영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