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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 명가' 하나銀… 유언대용신탁 대중화 이끈다

이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고액 자산가·고령층 전유물 벗어나
4050 노후 안전망 설계 수요 늘어
자녀 목표 달성 따라 보상 지급 등
자산관리 수요 맞춤형 상품 다채

'자산관리 명가' 하나銀… 유언대용신탁 대중화 이끈다

하나은행이 유언대용신탁 시장의 무게중심을 '사후 상속'에서 '생전 돌봄'으로 옮기며 시장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치매 등 질병에 대비해 노후 생활비·간병비를 미리 설계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고령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신탁의 문턱도 낮췄다.

■상속 넘어 '생전 돌봄'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유언대용신탁 계약 잔액은 올해 5조원을 돌파했다. 하나은행은 2010년 선보인 유언대용신탁 브랜드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앞세워 시장을 개척해 왔다. 올해는 국내 최초로 프라이빗뱅킹(PB) 모델을 도입한 지 31주년을 맞아 축적된 자산관리 역량을 신탁 분야로 확장하며 서비스 저변을 넓히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생전에 금융회사에 재산을 맡기고 운용·관리하다가 사망한 이후 미리 지정한 수익자에게 재산이 이전되도록 설계하는 금융상품이다. 부동산과 금전, 금전채권, 주식 등 다양한 자산을 맡길 수 있다. 생전에는 계약 조건에 따라 자산을 자유롭게 운용·인출할 수 있고, 질병이나 사망 등 상황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이전하게 된다.

하나은행이 분석한 유언대용신탁 계약 현황에 따르면 신탁에 맡기는 자산의 구성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2023년 전체 계약의 67%를 차지했던 부동산 중심 계약 비중은 올해 상반기 35%까지 낮아졌다. 같은 기간 금전 계약 비중은 24%에서 55%로 31%p 높아지며 부동산 비중을 넘어섰다.

하나은행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생전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 증가를 꼽았다. 과거 사후 재산 분배에 초점을 맞췄던 유언대용신탁이 치매나 질병으로 자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생활비·간병비 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하나은행의 지난해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살펴보면 건강·치매 대비를 위한 계약이 4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후 상속 못지않게 생전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고 필요한 곳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돌봄 기능'이 신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탁 상품을 찾는 고객층도 달라지고 있다. 고액 자산가와 고령층에 집중됐던 신탁 수요가 자산 규모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활용되면서 고객 저변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유언대용신탁 계약 중 가입금액 10억원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64%에서 올해 상반기 74%로 10%p 상승했다. 특히 5억원 미만 계약 비중은 같은 기간 37%에서 50%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계약의 절반이 5억원 미만인 셈이다.

가입 연령도 낮아지는 추세다. 2023년 13%였던 40·50대 위탁자 계약 비중은 올해 상반기 20%로 7%p 높아졌다. 이 같은 변화에는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도 관리 권한은 유지하려는 증여신탁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인 증여와 달리 증여신탁은 계약 조건에 따라 신탁 해지나 재산권 행사에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되 무분별한 사용은 막으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유언대용신탁은 더 적은 금액, 더 젊은 연령부터 시작하는 대중화된 계약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고객 맞춤형 신탁 확대

하나은행은 신탁의 활용 범위를 노후 대비와 상속을 넘어 자녀 교육과 사회적 약자의 재산 보호까지 확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다양해지는 고객의 생애주기별 자산관리 수요에 맞춰 맞춤형 신탁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올해 7월 출시한 '내맘대로신탁 가족사랑형'은 미성년자도 가입할 수 있는 신탁 상품이다. 부모나 조부모가 자녀·손자녀를 위해 생전증여를 하거나 신탁계좌에서 예금,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운용할 수 있다.

지난달에는 자녀의 목표 달성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자녀교육신탁'을 선보였다. 부모와 자녀가 사전에 정한 목표를 달성하면 지정된 대리인을 통해 약속한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다. 대학 진학이나 성적 향상은 물론 금연, 게임 이용시간 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도 지급 조건으로 설정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권 최초로 시행한 유언대용신탁부터 시작해 고객 중심의 상품 혁신을 이루고 있다"며 "고객 중심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고객과 평생 동반자로서 자산관리 명가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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