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렌즈에 흙탕물이 튀어도 선명하게 본다''…투시렌즈 개발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연구팀이 개발한 가림 억제 광대역 메타렌즈의 개념도(a)와 흙먼지 형태의 장애물 패턴에서 촬영 대상과 렌즈 사이에서 렌즈 가까이에 배치한 모습(b). 장애물 없이 일반 복합렌즈로 촬영한 비교 기준 영상(c)에서 가림 억제 기능이 없는 기존 광대역 메타렌즈로 촬영한 이미지(d)는 장애물의 흔적이 남아 일부 글자와 도형이 가려지고, 연구팀이 개발한 광대역 메타렌즈로 동일한 장애물 조건에서 촬영한 이미지(e)에서는 장애물의 영향이 줄어 글자와 도형, 물체의 윤곽을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POSTECH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가림 억제 광대역 메타렌즈의 개념도(a)와 흙먼지 형태의 장애물 패턴에서 촬영 대상과 렌즈 사이에서 렌즈 가까이에 배치한 모습(b). 장애물 없이 일반 복합렌즈로 촬영한 비교 기준 영상(c)에서 가림 억제 기능이 없는 기존 광대역 메타렌즈로 촬영한 이미지(d)는 장애물의 흔적이 남아 일부 글자와 도형이 가려지고, 연구팀이 개발한 광대역 메타렌즈로 동일한 장애물 조건에서 촬영한 이미지(e)에서는 장애물의 영향이 줄어 글자와 도형, 물체의 윤곽을 더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POSTECH 제공

[파이낸셜뉴스] 비가 오면 자동차 후방카메라에 빗방울 하나만 맺혀도 화면이 뿌옇게 가려진다. 사람은 손으로 닦으면 그만이지만 하늘을 나는 드론이나 몸속을 누비는 내시경 카메라는 그럴 수 없다. 렌즈에 묻은 먼지나 물방울은 흐릿하게 지우고, 그 뒤에 가려진 장면만 선명한 컬러로 담아내는 종잇장처럼 얇은 '투시 렌즈'가 개발됐다.

27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에 따르면 POSTECH 컴퓨터공학과 백승환 교수, 통합과정 윤승우 씨,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노준석 교수, 기계공학과 통합과정 강도현 씨 연구팀은 인공지능대학원 곽수하 교수 연구팀, 미국 워싱턴대 아르카 마줌다르(Arka Majumdar) 교수, UNIST(울산과학기술원) 최민호 교수 연구팀과 함께 렌즈 바로 앞 장애물에 가려진 장면을 컬러로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는 광대역 메타렌즈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빛의 파장보다 작은 구조물을 평평한 판 위에 새겨 빛을 조절하는 '메타렌즈'다. 매우 얇아 소형 카메라에 제격이지만, 여러 색의 빛으로 먼 풍경은 선명하게 찍으면서 코앞의 장애물은 흐리게 만들기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먼저 이 관계를 처음으로 수식으로 풀어냈다. 어떤 색에서 먼 풍경이 선명하게 보이면, 가까운 장애물은 다른 색에서 선명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빨강·초록·파랑 각 색을 빛이 통과하는 구간과 막히는 구간으로 나눴다. 먼 풍경의 빛은 통과 구간에서 또렷하게 모으고, 장애물이 선명해지는 빛은 차단 구간으로 보내 필터로 걸러낸 것이다. 그 결과 장애물은 안개처럼 흐려지고 그 뒤의 장면만 선명하게 남았다. 남은 흐림과 왜곡은 인공지능 영상 복원 기술로 보정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렌즈는 장애물이 있는 상황에서 화질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인공지능이 자율주행차·항공 촬영·내시경 영상을 분석하는 성능도 높아졌다. 연구팀은 작은 카메라 시제품도 만들어 드론, 자율주행차, 로봇은 물론 스마트폰 화면 아래 숨은 '언더디스플레이 카메라(UDC)'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번에 밝혀낸 색과 거리의 관계는 홀로그램, 3D 영상, 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미세한 색까지 분석하는 초분광 이미징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백승환 교수는 "장애물을 뚫고 보는 풀컬러 메타렌즈 기술은 정확한 영상이 필요한 극한 환경에서 카메라의 시야를 확보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또 노준석 교수는 "메타렌즈를 이용한 광학적 투시 기법은 장애물을 직접 닦아내기 어려운 소형 카메라가 안정적으로 영상을 얻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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