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안 부결 나흘 만에… 고의숙 제주교육감 공개 사과
도의회 본회의서 조례안 2건 부결
교육전문위원 인사권 갈등이 발단
4·3교육과·교권보호조직 신설 차질
송영훈 의장 면담 추진… 해법 모색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고의숙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취임 후 첫 조직개편안의 도의회 부결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송영훈 제주도의회 의장과 직접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교육활동보호담당관과 4·3교육과 등 내년 1월 신설을 추진해 온 학교 지원조직 설치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고의숙 교육감은 27일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에서 열린 제18대 교육감 공약실천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공약 설명에 앞서 조직개편 조례안 부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고 교육감은 "도민과 교육 공동체에게 심려를 끼친 데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조례안 처리 과정에서 송영훈 의장님을 비롯한 의원님들과 소통 및 협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조례안 부결 직후 도의회에 유감을 표명했던 고 교육감이 나흘 만에 자신의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사과한 셈이다. 학교 현장 지원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기존 조직에서 가능한 업무를 이어가면서 도의회와 협의해 해결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조례안 부결로 인해 나타날 학교 현장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송영훈 의장을 만나 조직개편을 둘러싼 이견을 조율하고 합의점을 찾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번 갈등은 지난 23일 제주도의회 제45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육청 조직개편 관련 조례안 2건이 부결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재석 의원 41명 가운데 찬성 4명, 반대 28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함께 제출된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찬성 5명, 반대 28명, 기권 8명으로 통과하지 못했다.
두 조례안은 이틀 전인 21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서 원안 가결됐으나 본회의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핵심 쟁점은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실의 소속과 인사권 문제다. 현재 제주도의회 교육전문위원은 교육청 소속 공무원이 맡고 있다. 도의회에서는 "교육청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의회 전문위원이 교육청 소속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소속과 인사권의 독립을 요구해 왔다.
반면 교육청은 "교육의원 제도가 폐지된 상황에서 교육위원회의 전문성과 교육자치의 독립성을 유지하려면 교육전문위원의 역할과 소속 변경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의회는 교육청이 해당 문제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조직개편안을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하성용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은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교육청이 의회가 제기한 교육전문위원실 소속·인사권 문제에 충분히 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송영훈 의장도 "주요 교육정책과 조직개편 과정에서 의회와의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조례안 부결로 고 교육감의 핵심 교육정책을 집행할 조직 신설에도 제동이 걸렸다.
당초 교육청은 내년 1월 1일부터 현행 1실 3국 2담당관 체계를 1실 2국 3담당관 중심으로 개편하고, 교육감 직속 교육활동보호담당관과 학교지원정책추진단, 4·3교육과 등을 신설할 계획이었다.
교육활동보호담당관은 교권 침해와 학교 갈등에 대응하는 전담조직이다. 4·3교육과는 제주4·3의 평화·인권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 교육과정과 민주시민교육을 총괄하도록 구상됐다.
학교지원정책추진단은 학교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고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이다.
이들 조직의 설치에 필요한 조례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초 예정했던 내년 1월 조직개편의 정상적인 시행은 어려워졌다. 교육청과 도의회가 합의하더라도 수정안 마련과 의회 심의, 후속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조직개편 부결 이후 제주지역 교원단체와 교육청 공무원노동조합도 학교 지원체계의 공백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도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등은 "교육전문위원실 소속 문제와 학교 지원조직 개편을 분리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 교육감은 이날 조직개편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도 향후 4년간 추진할 교육정책의 실천계획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공약실천계획은 2026년 7월부터 2030년 6월까지 5개 영역 47개 사업에 총 2182억6000만원을 투입하는 내용이다. 신규사업 25개와 계속사업 22개로 구성됐다.
특수학급 과밀 해소와 교육환경 개선에 662억3800만원을 배정했으며, 학생별 맞춤교육과 교권 보호, 등하굣길 안심택시, 4·3교육과 신설, 국제바칼로레아(IB) 고등학교 확대 등을 핵심공약에 포함했다.
초·중·고 신입생 입학준비금은 교육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선거 당시 약속한 초등학생 70만원에서 30만원, 중·고등학생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축소했다. 관련 조례 제정과 보건복지부 협의 등을 거쳐 2027년부터 지급할 계획이다.
전체 공약사업비 가운데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부담할 금액은 1853억6300만원으로 84.9%를 차지한다. 연도별 투자 규모는 2028년이 628억9700만원으로 가장 크다.
다만 공약실천계획의 확정과 개별 사업의 시행은 구분된다. 조직 신설이 필요한 사업은 관련 조례 개정을 거쳐야 하며, 예산사업 역시 연도별 예산 편성과 제주도의회 심의가 필요하다.
고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AI 대전환과 학령인구 감소,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학생 한 명 한 명을 위한 맞춤교육과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돌봄·안전 지원체계 구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핵심공약을 실행할 조직개편이 의회 문턱에서 멈춰 선 만큼 교육청과 도의회가 교육전문위원 소속 문제에 어떤 합의점을 마련할지가 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내년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 지원업무의 공백을 최소화할 대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