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소재 나란히 수주 릴레이… 이차전지 ‘캐즘’ 끝 보인다
필에너지 860억 조립장비 공급
엠플러스·브이원텍도 수주 낭보
신기술 입혀 생산성 극대화 견인
제조사 공장 증설에 회복 시그널
이차전지 장비기업들 사이에서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이차전지 소재기업들이 국내외 배터리 제조사들과 연이어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수주를 통한 실적 개선이 예상되면서 이차전지 시장이 '캐즘(수요정체)'에서 벗어나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필에너지는 최근 860억원 규모로 이차전지 조립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매출 331억원 대비 2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필에너지는 내년 4월까지 해당 장비를 납품할 예정이다. 거래처는 영업 비밀 등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필에너지는 노칭(Notching) 장비와 스태킹(Stacking) 장비 사업에 주력한다. 노칭은 전극을 일정한 형태로 가공하는 공정이며, 스태킹은 양극과 음극, 분리막을 순서대로 쌓아 올리는 공정이다.
기존 블레이드(칼날)를 활용한 노칭 방식은 잦은 칼날 교체와 느린 속도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비용 부담이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 필에너지가 주력하는 레이저 노칭 방식은 블레이드 방식과 비교해 생산성을 20% 높이고 운영비를 9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독자적인 '리파이닝' 기술을 통해 레이저 공정 후 남은 비산물까지 제거할 수 있다.
엠플러스는 유럽 이차전지 제조사와 각형 이차전지 조립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엠플러스 역시 노칭장비, 스태킹장비로 구성된 조립장비를 항공우주·방위산업에 쓰이는 이차전지 공정에 적용할 예정이다. 엠플러스 측은 이들 장비가 노칭·스태킹 공정을 고속으로 수행할 수 있어 이차전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거래처와 금액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브이원텍은 배터리 누설 검사장비 2대를 글로벌 배터리 기업으로부터 수주했다. 이번 장비는 거래처가 북미 지역에서 운영 중인 생산 거점에 납품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장비는 머신비전과 인공지능(AI) 플랫폼 '위드 에이아이(with AI)'를 적용해 검사를 진행한다.
기존 헬륨 방식 검사는 배터리 셀에 헬륨 가스를 주입한 뒤 누설 여부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헬륨 가스가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단점이 있다. 이는 장시간 가동하는 배터리 양산라인에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브이원텍 측은 머신비전을 적용한 장비를 도입할 경우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차전지 장비기업들이 수주를 이어가는 것은 이차전지 시장 회복 시그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통상 이차전지 제조사가 장비 발주에 나서는 것은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려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트리서치는 내년 이차전지 시장이 올해 1476억달러보다 13.6% 늘어난 1678억달러 규모로 예상했다. 이차전지 시장은 오는 2034년 4122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13.7%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차전지 장비기업들이 공급계약을 이어가는 것은 최근 엘앤에프, 에코앤드림 등 이차전지 소재기업들이 잇달아 수주 공시를 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라며 "이러한 소부장 기업들의 움직임은 이차전지 시장이 전반적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경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