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떼고 풍력 날개 달아… 연 15만t 생산력으로 해외 공략 [르포]
GS엔텍 울산 용잠공장
3천억 들여 모노파일 생산기지화
화공→신재생에너지로 체질 전환
강판 가공·용접 30년 노하우 접목
국내 해상 프로젝트 수주 '순항'
【파이낸셜뉴스 울산=김미희 기자】지난 26일 찾은 울산 남구 GS엔텍 용잠공장. 바다와 맞닿은 공장 부지에 해상풍력 발전기를 지탱하는 대형 철강 구조물 '모노파일(Monopile)' 전용 생산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정유·석유화학 플랜트용 설비를 만들던 이 공장은 약 3000억원을 투입한 설비 전환을 마치고 연간 최대 15만t의 모노파일을 생산할 수 있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전문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준공식 이후 둘러본 생산시설에는 두꺼운 철판을 원통형으로 가공하고 용접하는 대형설비들이 배치돼 있었다. 강판을 말아 만든 원통형 부재를 용접해 연결하고, 이를 다시 대형 구조물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강판 가공부터 용접·도장까지 이어지는 자동화 생산체계를 갖췄다.
이곳에서는 최대 직경 11m, 길이 100m, 중량 2500t의 초대형 모노파일을 제작할 수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기존 4만t에서 15만t으로 3.75배 늘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준공식 후 "GS엔텍 용잠공장 준공은 기존 화공기기 제작시설을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생산시설로 탈바꿈시켜,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아 능동적 사업 전환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GS그룹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및 관련 인프라 등 미래 성장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GS엔텍은 30여년간 정유·석유화학 플랜트용 대형 화공기기를 제작해 왔다. 기존 사업의 투자 둔화와 경쟁 심화에 대응해 그동안 쌓은 강판 가공·용접 기술을 살릴 수 있는 모노파일 사업으로 전환했다. 2023년 네덜란드 모노파일 전문기업 Sif와 기술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2024년 10월부터 약 2년간 용잠공장 생산설비를 재편했다. GS엔텍은 영광낙월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모노파일 64기를 공급해 지난해 10월 납품을 완료했다. 지난 9월에는 504메가와트(MW) 규모 태안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모노파일 37기, 약 5만1000t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7월 제작에 착수해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납품할 계획이다. 국내 프로젝트 2~3개와 일본 프로젝트 1~2개도 추가 수주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만 대형 모노파일을 보관하고 해상 설치 현장으로 운송할 전용 항만 인프라 부족은 과제다. 송원길 GS엔텍 생산안전대표(CSEO)는 기자간담회에서 "모노파일 1개가 1650t인데 이를 부두에 놓으려면 지반 지지력이 ㎡당 30t 이상이어야 한다"며 "일반 부두는 ㎡당 5t 수준이어서 마셜링 포트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셜링 포트는 해상풍력 발전기의 대형 부품을 모아 보관·사전 조립한 뒤 해상 설치선에 싣는 지원항만이다.
GS엔텍 측은 목포신항과 대불공단, 울산항 등 기존 부두를 활용할 수 있어 당장 생산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해상풍력 사업이 확대되면 대형 구조물을 보관하고 설치 일정에 맞춰 운송할 수 있는 배후 항만 확보가 중요해진다.
GS엔텍은 신규 설비의 안정적인 가동과 태안 프로젝트 납품을 통해 추가 수주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허철홍 GS엔텍 대표이사 겸 최고경영자(CEO)는 "수주한 프로젝트들을 충실히 수행하고 생산 과정에서 축적되는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조 역량을 높이겠다"면서 "국내에서 쌓은 실적을 토대로 해외 시장에서도 기회를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