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尹 "장기 독재하려 계엄? 미쳐야 하는 짓…야당 십자포화 맞설 수밖에 없었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내란 항소심서 피고인 신문…"계엄, 야당 행태에 메시지 던지려 한 것" 주장
"대통령 5년 이상 하면 제 명에 못 살아…국가 장악 의도 없었다"
문재인 정부 수사 옹호…"살아있는 권력 단죄, 오히려 정부 지킨 것"
김건희 여사 언급하며 "총장·대통령 직위 즐기라 했지만 할 일 해야 직성 풀려"
함께 출석한 김용현 "반국가세력 40~50만 명 존재…선관위 확보는 내 지시"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중앙지방법원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중앙지방법원

[파이낸셜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장기 독재할 목적이었다면 미쳤다고 그 힘든 대통령을 장기로 하겠나"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계엄 선포는 거대 야당의 행태에 맞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 "계엄은 야당 폭거 알릴 수단…장기 집권 의도 없다"

윤 전 대통령은 27일 서울고법 형사12-1부(고법판사 이승철·조진구·김민아)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항소심 피고인 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시 계엄 선포 배경에 대해 "감사원장까지 탄핵하면 밖에서도 대한민국 정부를 무엇으로 알겠나. 야당 행태에 대해 정치적으로 할 말은 하면서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가 기관을 장악해 친위 쿠데타를 꾀했다는 내란 특검팀의 지적에는 "자유 사회를 파괴하는 세력에 공산주의 방식으로 대응하면 우리 스스로 자유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대통령 단임제는 참 잘 만든 제도다. 5년 이상 하면 제 명에 못 살지 싶다"고 반박했다.

비상계엄이 짧게 끝날 줄 알았으면서 포고령(정치활동 금지·영장 없는 체포 등)을 내린 이유에 대해선 "국회로 몰려들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내용을 지우지 않은 것뿐, 금방 해제될 텐데 큰 의미가 있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 "文 정부 비리 수사, 오히려 정부 지킨 것…아내는 '바보냐' 질책"

이날 변호인단은 윤 전 대통령의 국가관과 철학을 묻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윤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시절 지휘했던 수사에 대해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을 때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당부를 들어 고맙게 생각했다"며 "주변 비리를 단호히 제거함으로써 오히려 선출된 정부를 돕고 지키는 것이라 여겼다"고 회고했다. 이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배제 사태 등을 언급하며 "권력이 사유화됐다는 생각에 직을 던졌다"고 덧붙였다.

신문 말미에는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의 대화도 언급했다. 그는 "조국 사건 수사 이후나 이번 계엄 이후 아내로부터 '사건 던져놓고 직위를 만끽하면 되지 왜 권력과 부딪혀 사서 고생하냐. 당신 바보 아니냐'는 질책을 수도 없이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없어 내가 해야 할 일을 안 하고는 못 배긴다"고 토로했다.

■ 김용현 "반국가세력 40~50만 명 실존…선관위 확보 내가 지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사진=뉴시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사진=뉴시스

이날 오후에는 함께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피고인 신문도 진행됐다.

김 전 장관은 반국가 세력의 실체가 있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한민국 종북·반국가 세력은 40만~50만 명에 이른다"며 "비상계엄을 통해 이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답했다. 국회보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먼저 병력이 투입된 경위에 대해선 "계엄 선포 후 선관위 서버 훼손을 우려해 최단 시간 내 확보하라고 내가 직접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신문을 모두 마치고, 오는 29일 특검팀 측의 최후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내란죄의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