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헌옷수거함이라도 옷 빼가면 절도…새벽마다 팔러다니는 어르신 설득 [넘버112]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금천署 독산파출소 정길용 경위
특전사 출신… 엄포보다 대화 우선

헌옷수거함이라도 옷 빼가면 절도…새벽마다 팔러다니는 어르신 설득 [넘버112]

오전 6시 30분. 서울금천경찰서 독산파출소 정길용 경위(사진)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전날 밤 접수된 112 신고와 사건 처리 내역을 살펴보고, 절도 사건이 있으면 폐쇄회로(CC)TV까지 확인한다. 본격적인 근무에 앞서 그날 돌아볼 곳을 미리 살피는 것이다. 2008년 경찰에 입직한 정 경위는 올해로 19년 차다. 특전사 출신으로 문성지구대와 금천파출소, 백산지구대, 기동대 등을 거쳐 올해 3월 독산파출소에 배치됐다. 현장에서 오래 활동한 만큼 일선 근무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정 경위에게는 평범한 출근길도 범죄예방 활동의 연장선이다. 지난 4월 이른 아침 독산역 인근 헌옷수거함에서 한 노인이 옷을 꺼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이상하다 싶어서 좀 지켜봤는데 옷을 다 빼고 있었다. 그래서 가서 '이렇게 하시면 안 된다. 절도다'라고 얘기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당시 관내에서는 헌옷수거함과 택배 물품 절도가 반복되고 있었다. 지난 4~6월 발생한 절도 132건 중 관련 사건만 약 20건이었다. 그날 이후 정 경위는 헌옷수거함 160곳을 점검해 예방 스티커를 붙이고, 헌옷을 매입하는 고물상 10곳을 찾아 협조를 요청했다. 새벽에는 폐지와 헌옷을 팔러 온 노인들을 기다렸다가 직접 설득했다. 정 경위는 "가져가서 팔더라도 벌금이 나오면 하루 버는 돈보다 훨씬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며 "대부분 이해하고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동네의 작은 불편도 지나치지 않았다. 음식점과 술집이 밀집한 독산동 '만나는 거리'에는 밤마다 담배꽁초가 쌓였다. 정 경위는 약 한 달간 야간 순찰을 강화해 무단투기 등 경범죄 100건가량을 단속하고 업주와 이용객에게 자체 제작한 홍보물을 배포했다.

위기 현장에서 정 경위가 중시하는 것은 대화다. 그는 "엄포를 놓고 겁을 주기보다는 진정시키고 대화를 통해 이해하는 게 가장 빠른 해결 방법"이라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처음에는 알지 못했던 사정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료들은 정 경위를 '부지런한 동네 일꾼'으로 평가한다. 적극적인 순찰과 예방 활동으로 서울경찰청 수범사례에도 선정됐다. 고된 현장 근무를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은 주민들의 감사 인사다. 정 경위는 "가게 주인이 경찰이 계속 다녀주니 든든하고 거리가 깨끗해진 것 같다고 할 때 힘이 많이 났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최승한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