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일정 아닌 능력 문제… 달라진 위협 감당되나" [fn인사이트]
전작권·한미동맹·지뢰사건 등 안보 현안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의 진단
10년 지난 전작권 조건 변해… 질문 바꿔야
FMC 생략 의구심… 핵·미사일 대응도 의문
‘언제 넘겨받나’가 아닌 ‘위협 감당하나’로
동맹은 친밀감 아닌 민감정보 맡기느냐 문제
통일장관 우라늄시설 발언에 정보공유 위축
인적 쇄신 아닌 위협인식 일치가 근본 해법
트럼프에게 북한은 해결 아닌 관리의 대상
본인은 굿캅, 한국엔 재래전력 배드캅 원해
MDTF 배치 시범수준… 中 반발 가능성 낮아
MDL 넘어 매설한 지뢰, 사고 아닌 도발
상응조치 핵심은 北 피곤하게 만드는 것
도발 대응과 대화 제의는 같이 갈수 있어
북한 상대할 무기는 인내심과 일관성
"골대를 바꿨다고들 한다. 그럼 한미동맹이 골을 넣어야 할 골대는 어디인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논란을 묻자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되물었다. 미국이 기준을 자의적으로 높인다는 '골대 이동론'에 대해 그는 "그냥 말실수가 아니라 동맹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일각의 근본적인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을 함께 공격하는 팀이 아니라 골을 막는 상대로 놓고 보는 무의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올가을 외교안보 현안은 한꺼번에 몰려왔다.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북한의 지뢰 도발로 대대장을 포함한 장병들이 중경상을 입었고,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를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와 외교갈등이 번졌다. 동맹의 근간인 한미 간에는 정보공유가 제한됐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을 두고 "조건이 변했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했다.
차두현 부원장을 28일 파이낸셜뉴스 노동일 주필이 만났다. 그는 복잡한 사안을 비유로 풀어내는 외교안보 전문가다. 대담에서 그는 "지금 우리가 던지는 질문 자체가 틀렸다"고 거듭 말했다. 전작권은 일정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이고, 동맹은 친밀감의 문제가 아니라 민감한 정보를 맡길 수 있느냐의 문제이며, 남북 관계는 힘의 경쟁인 동시에 '정책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의 경쟁이라는 것이다.
―브런슨 사령관이 전작권 전환을 두고 조건이 변했고,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고 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뜻인가.
▲2014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고, 2015년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전환 계획을 만들었다. 조건은 세 가지다. 한국군이 한반도 방위를 주도할 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확실한 대응 전력, 그리고 한반도와 주변의 안정적 안보환경이다. 그동안 검증해온 것은 주로 첫 번째, 한국군의 능력이다.
―검증은 어디까지 진행됐나.
▲자동차에 비유하면 쉽다. 기본운용능력(IOC)은 차가 굴러가고 깜빡이가 들어오는지 보는 단계다. 이건 끝났다. 완전운용능력(FOC)은 시내를 몇 ㎞ 달릴 수 있고 야간주행이 되는지 보는 단계로, 조만간 마친다고 한다. 문제는 마지막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이다. 돌발 악천후에서 달릴 수 있는지, 경고등이 켜졌을 때 최소한 몇 ㎞는 피난주행이 되는지를 보는 단계다. 그런데 조건 1에서도 FMC를 생략하고 전환받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두 번째 조건, 즉 핵·미사일 대응 능력은 여전히 물음표다. 세번째 조건인 안보환경도 물음표다.
―능력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반도 방위를 주도하려면 결국 지휘통제정찰(C4ISR) 체계다. 그런데 이건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 미군 사령관 체제에서는 미국 시스템에 한국군이 접속하면 됐다. 우리가 독자 체계를 구축하려면 적어도 5~6년은 더 걸린다. 그사이 상대는 달라졌다. 2015년 이후 추가 핵실험은 없었지만 미사일 종류는 훨씬 다양해졌고, 극초음속도 들어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북한의 드론 전력이 급격히 올라갔다. 재래 전력도 같이 늘었다.
―그렇다면 '골대를 바꿨다'는 비판은 어떻게 봐야 하나.
▲23세 이하 경기를 하기로 했는데 상대가 해외 프로에서 뛰는 27~28세 베테랑을 몰래 끼워 넣은 격이다. 경기 조건이 바뀌었으면 예정대로 할지 재점검하는 게 당연하다. 조건 기반 전환이라는 말 자체가 안정적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방어하기 위한 조건 아닌가. 10년이 지났으면 조건은 변할 수 있다. 질문을 '언제 넘겨받나'가 아니라 '달라진 위협을 감당할 수 있나'로 바꿔야 한다.
―한미 정보공유가 제한됐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부 공식 입장은 이상 없다지만, 강경화 주미대사가 현지 분위기를 비교적 정확히 전한 것 같다. 한두 명의 관료나 한두 부처의 판단이 아니다. 워싱턴의 안보 관련 부처 대부분이 한국의 정책에 충분히 만족하지 못하거나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공유한 정보를 한국이 지켜주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평안북도 구성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통일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거론한 일이 계기였다는 지적이 있다.
▲공유받은 정보를 직접 열람할 수 있는 장관이 말한 것은 무게가 다르다. 북한은 '저걸 어떻게 알아냈을까' 하고 역추적한다. 위성이든 휴민트든 점검하고 더 은폐한다. 결국 앞으로 대북 정보수집이 훨씬 어려워진다. 미국 당국자가 "정보와 방첩 분야에서 동맹의 기준을 준수하길 기대한다"고 한 것은 두 가지 요구다. 하나는 위협인식을 일치시켜달라는 것, 다른 하나는 넘겨준 고급정보가 누설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실제로 보여달라는 것이다.
―인적 쇄신으로 풀릴 문제인가.
▲사람을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근본은 우리가 같은 대상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느냐다. 공유한 정보가 중국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의심이 있으면 민감정보는 당연히 꺼리게 된다. 동맹은 조약으로 서로 일정한 자율성을 제약하기로 한 약속이다. 강한 나라든 약한 나라든 똑같이 제약된다. 그 틀에서 굴종을 따지기 시작하면 동맹을 하지 말자는 얘기다.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한 처지에서 밖으로 자주만 외치면 우리가 둘 수 있는 수만 줄어든다. 상징을 챙기려다 더 많은 것을 내주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에 기대하는 역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근감을 보이는 것은 북한을 위협으로 안 봐서가 아니다. 미국 패권은 유지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관리하는 것이다. 그가 원하는 그림은 한국이 재래 전력에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는 배드캅을 맡고, 자신은 굿캅으로 김정은과 마주 앉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페이스메이커를 표방하면서 스스로 굿캅이 되려 한다. 안보에서 안 따라주면 무역에서라도 뽑아내겠다는 보상심리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540억달러 투자 압박 같은 형태로 나타난다. 트럼프 행정부가 볼 때 안보도, 경제도 우리가 가장 만만한 상대인 것이다.
―다영역임무부대(MDTF) 배치가 사드 사태를 되풀이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지금은 개념 기획과 연구 수준이고, 들어와도 시범운용을 위한 소규모 전력이다. 주한미군 선에서 마음대로 결정할 문제도 아니다. 무기체계가 대량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어서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자주를 말하면서 우리 무기체계가 강화되는 것을 동맹 차원에서 걱정하는 것도 자기모순이다.
―지뢰 사건은 사고인가, 도발인가.
▲정확히 도발이다. 첫째, 정전협정상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 수십m 차이면 헷갈렸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지뢰는 기습을 막는 방어수단이라 자기 지역에 심어야 정당성이 생긴다. 1980년대 이후 세계적 추세는 탐지 가능하게, 가능하면 눈에 보이게 심자는 것이다.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넘어와서, 탐지되지 않게 심었다면 우리 병력을 상하게 할 목적이었다는 뜻이다. 우리 병사가 다쳤는데 이걸 왜 불의의 사고라고 부르나. 유체이탈 화법을 쓰면 안 된다.
―상응 조치를 하기도 쉽지 않다.
▲교전수칙의 대원칙은 비례성과 확전 방지다. 실시간 대응이면 경고사격으로 끝나는데, 숨겨놓은 지뢰는 피해가 난 뒤의 지연된 대응일 수밖에 없다. 우리도 지뢰를 심을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핵심은 북한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다. 확성기 방송 재개도 한 예다. 효과가 없다면서 동시에 북한을 자극해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군사정전위는 멈췄지만 비서장급 회의에는 북한이 응하고 있다. 듣든 안 듣든 계속 재발 방지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사이버 제재나 유엔 차원의 문제 제기도 시도해야 한다.
―강경 대응이 대화를 막는다는 반론도 있다.
▲항상 이분법이다. 대응하면 긴장이 올라가고 충돌로 간다는 생각 자체가 양분법이다. 책임 소재를 묻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으려면 결국 대화를 해야 한다. 도발 대응과 대화 제의는 같이 갈 수 있다. 다만 네 잘못이라는 것은 분명히 하고 가야 한다. 인도적 지원도 영유아나 백신처럼 할 수 있는 것은 하되, 우리 장병이 다쳤는데 유감 표시조차 없는 국면에서는 분위기가 가라앉은 뒤가 맞다. 수단이 없으니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군은 사기를 먹고 산다. 상관이 북한이 착각했을 수도 있다고 넘어가면 어느 초급 간부가 그 일대를 수색할 마음이 들겠나.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를 말하며 상종하지 말자고 한다.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나.
▲모순이 있다. 너와 나는 다른 존재라면서 항상 자기가 전략적 우위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쁜 물이 들어오면 안 된다고 한다. 북한 정보는 남쪽으로 들어와도 되지만 우리 정보와 문화가 올라가는 것은 엄단한다. 정보가 한쪽으로만 흐르도록 보장하고 상대를 갑으로 떠받들라는 관계가 어떻게 정상적인 두 국가인가. 교류가 풀리면 체제가 흔들린다고 보는 것이고, 경제력 격차의 비교 효과가 두려운 것이다. 결국 우리를 자기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는 뜻이지 따로 살자는 뜻이 아니다. 적대적 두 국가를 평화적 두 국가로 바꾸자는 말도 일종의 말장난이다.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해왔다면 지금까지의 남북 정상회담은 전부 이적행위가 되는 것 아닌가.
―젊은 층에서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늘었다.
▲계속 도발하는 상대와 왜 화해해야 하느냐는 부정적 인식에서 나온 무관심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우리와 비슷하게 변해도 통일을 반대하겠느냐고 물으면 답은 달라질 것이다. 진보 정부도 햇볕정책을 포기한 적이 없고, 햇볕정책의 논리는 결국 나그네의 옷을 벗긴다, 즉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보수·진보 할 것 없이 라벨만 갈아 끼웠지 북한을 변화시켜 통일하겠다는 정책은 쭉 이어져왔다. 북한은 그걸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져야 할 무기는.
▲인내심과 일관성이다. 북한이 스스로 강점이라 여기는 게 지도자 임기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흔들리니 그 약점을 공략한다. 그래서 정부 교체와 관계없이 지키는 몇 가지 원칙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화는 추진한다, 인명과 재산을 상하게 하면 단호히 대응한다, 책임을 계속 회피하면 국제기구에 제소한다. 이런 원칙이 쌓이면 그 정보는 언젠가 북한 주민에게 흘러들어간다. 절대빈곤 사회에서는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 기대 수준이 올라가고 정권이 그걸 충족시키지 못할 때 불만이 밖으로 나온다. 1970년대 소련이 건재해 보였지만 모순은 이미 쌓이고 있었다. 내 임기 안에 성과를 내겠다는 집착이 오히려 북한 변화의 시간을 늘린다.
정리[email protected] 한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