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7L 준비하고 집까지 정리…역삼동 방화범 '살인미수' 송치(종합)
범행 전날 휘발유 17L 구입·짐 정리
휴대전화 해지하고 임대차계약 종료
사무실 유일한 탈출구 방화로 26명 부상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법인 사무실 2곳에 잇따라 불을 질러 26명을 다치게 한 70대 남성이 살인미수 혐의로 공소청에 넘겨졌다. 경찰은 피의자가 범행 한 달 전부터 방화 도구를 준비하고 휴대전화를 해지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내부에 직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에 불을 지른 점 등을 근거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53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A특허법인 건물 4층 사무실 출입구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혐의를 받는다. 이 불로 관계자 15명이 기도화상 등 상해를 입었다. 약 6분 뒤에는 인근 B특허법인 건물 3층 사무실 출입구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불을 질러 11명이 추가로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범행 약 한 달 전부터 방화 도구를 준비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5일 사이 주거지 인근 상점에서 식초 15리터와 까나리액젓 9㎏이 담긴 통, 라이터 2개를 구매했다. 범행 전날에는 주유소에서 휘발유 17리터를 구입해 준비한 통 2개에 나눠 담았다.
범행에 앞서 신변과 주거지를 정리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씨는 지난 15일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임대차계약 만기가 9개월 남은 주거지의 집주인에게 계약 종료 의사를 전달했다. 범행 전날에는 집 안의 짐을 여러 차례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범행 당일 보증금을 돌려받고 집을 나서면서 집주인에게 "사기를 쳤으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되죠"라고 혼잣말을 했다는 진술도 확보됐다. 경찰은 이 같은 행적을 토대로 이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씨는 특허법인들이 허위 특허증을 발급하는 등 사기를 쳤다는 생각에 불만을 품고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겁을 주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씨의 주장 외에 다른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씨가 사람을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범행 당시 정황을 종합하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 사무실의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에 상당량의 휘발유를 뿌리고 망설임 없이 불을 붙인 점이 살인미수 혐의 적용의 핵심 근거가 됐다. 각각 80~90여평 규모의 개방된 구조인 두 사무실은 방화 직후 불길이 순식간에 확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불길이 크게 번지는 상황에서도 비상벨을 누르거나 직원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도주했다. 경찰은 이씨가 불특정 다수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범행한 것으로 보고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수서경찰서 형사 6개 팀을 투입해 추적에 나섰으며 폐쇄회로(CC)TV 분석과 경찰서 간 공조수사를 통해 같은 날 오후 4시 16분께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씨는 지난 22일 현존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경찰은 주거지 수색과 범행 도구 구입 경위, 피해자 진술 및 진료기록 등을 분석해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했다. 지난 28일에는 이씨의 신상정보 공개를 결정했으며 다음 달 3일 공개할 예정이다.
경찰은 "송치 이후에도 공소청과 적극 협력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강력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이동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