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요·고물가' 속 한은, 11월에 '호미' 꺼내나
한은, 미 금리 동결에 "불확실성 커"
11월 금통위 기준금리 추가 인상 무게
이례적 경제성장률에 선제적 '호미질'
신 총재 "물가 안정 때까지 긴축 지속"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의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따라, 한은 입장에서 한미 간 금리 격차(상단 기준 1.00%p)가 더 벌어지는 것을 방어하며 시간을 번 만큼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29일 한은은 미국 연준의 금리 동결 결과와 관련해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의 정책변화 등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국내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올해 11월과 내년 1·4분기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두 차례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물가와 경기 흐름에 따라 추가 긴축을 이어가며 최종적으로 3.50%~4.00%대의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 7월과 8월 연달아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와 환율 안정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경제적 비용을 줄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른바 신현송 한은 총재가 말한 '호미질의 결실(경제적 위험이 더 커지기 전에 대응해야 나중에 훨씬 큰 비용을 치르지 않는다는 의미)'이라고까지 했다. 이달에 금리를 동결하면서 자신있게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은은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 축소는 물론, 국내 고성장·고물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한은이 또다시 '호미'를 꺼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 과열'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증대로 올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당초 전망치(전년 대비 12.3%)를 훌쩍 넘는 20%대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발표된 3·4분기 실질 GDP도 한은 전망치(0.3%)를 3배 이상 웃도는 전분기 대비 1.0%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경제성장률은 3%대 중후반에서 최고 4% 초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신 총재는 "수요 측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라며 "물가가 안정치(2%)로 수렴될 때까지 긴축 기조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재차 밝혔다.
여기에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반도체 등 주요기업의 배당금과 성과급으로 시중에 최소 70조원 이상의 자금이 풀린다. 이 자금의 10% 이상이 소비로 이어져 물가를 상당 부분 자극할 전망이다. 9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지표상 3%를 밑돌지만 실제 체감물가는 4%를 훌쩍 뛰어넘는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또한 2.8% 상승해 한은의 전망치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다른 한편에서 한은은 수도권 주택가격 및 대출 오름세, 이자부담 가중 등의 금융 불균형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9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평균 5%대에 진입한 가운데, 가계 소비여력 위축으로 3·4분기 민간소비는 3년 9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0.2%)을 기록했다. '영끌' 가계와 한계기업 등 취약계층에 고금리 충격이 쏠리는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는 양상이다.
'고물가·과수요' 국면에 진입한 이상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해야 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으나, 한은이 11월에 선제 대응(금리 인상)과 정책 균형(속도 조절) 사이에서 어떤 선택지를 집어들지 주목된다.
[email protected] 정상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