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금고 유치하려다' 출혈경쟁..협력사업비 1조 '훌쩍'
2년새 신한·우리 2배 하나 6배
대규모 금고 시중은행 경쟁 심화
[파이낸셜뉴스] 지방자치단체의 금고를 유치하기 위한 은행권의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은행들이 공공금고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지자체 등에 제공하는 협력사업비가 2년 새 61% 급증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협력사업비 경쟁에 경고를 보냈지만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금고 유치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12개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은행권 공공금고 협력사업비 누적 납부액은 1조8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4년 6750억원에서 2025년 8243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1조원을 넘어섰다.
협력사업비는 은행이 지자체나 교육청의 금고 운영권을 확보하는 대가로 지역사회 사업 등에 지원하는 자금이다. 공공금고를 맡으면 지방세와 각종 교부금 등 대규모 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데다 안정적인 예금 확보와 기관 거래 확대에도 유리하다. 은행들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금고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다.
특히 시중은행들의 협력사업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신한은행의 협력사업비는 2024년 2345억원에서 올해 4647억원으로 98.2%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협력사업비에서 신한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34.7%에서 42.8%로 확대됐다. 전체 은행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하나은행의 협력사업비는 같은 기간 182억원에서 1059억원으로 약 5.8배 급증했다. 우리은행 역시 607억원에서 1214억원으로 두 배 늘었다.
한편농협은행은 전체 공공금고의 70% 이상을 관리하면서도 협력사업비 부담 비중은 20.7%에 그쳤다. 낮은 협력사업비에도 농협은행은 올해 9월 말 기준 지자체와 교육청 공공금고 규모(685조원)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12.7%, 하나은행은 5.8%로 뒤를 이었다.
농협은행 협력사업비는 2024년 2223억원에서 올해 2248억원으로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협력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2.9%에서 20.7%로 12.2%p 낮아졌다. 이는 농협은행이 전국적인 영업망을 기반으로 인구감소지역을 비롯한 지방 중소도시의 금고까지 폭넓게 맡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신한은행은 공공금고 점유율이 12.7%에 불과하지만 협력사업비 부담 비중은 42.8%에 달했다. 금고 점유율 대비 협력사업비 부담 비율은 신한은행이 3.4배인 반면 농협은행은 0.3배에 그쳤다. 시중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높은 금고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에는 하나은행이 농협은행을 제치고 14년 만에 세종시 제1금고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 주요 지자체 금고를 둘러싼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세종시 제1금고는 2027년부터 4년간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관리하는 계약이다.
협력사업비 지출 확대가 반드시 금고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농협은행의 공공금고 점유율은 2024년 66.4%에서 올해 70.3%로 3.9%p 높아졌고, 하나은행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9%에서 5.8%로 확대됐다. 반면 신한은행은 14.8%에서 12.7%로 낮아졌다.
문제는 금고 유치 과정에서 협력사업비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은행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금고를 통해 확보하는 예금과 거래 수익보다 유치 비용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금고 운영의 실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24년 4월 자금력을 앞세운 과열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금고 선정 평가에서 협력사업비 비중을 최소화하고 협약 내용을 공개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은행권 협력사업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송옥주 의원은 "신한·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의 공격적인 금고시장 진출 전략에 따라 협력사업비 지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호금융 등 지역 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이 협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