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갱단이 지배하는 도시,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박종원의 그때 여기]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10년 동안 선거 미뤘던 아이티, 내년으로 또 미뤄
수도 포르토프랭스 80% 이상이 갱단 영토
서울 4분의 1면적에 320만명 모여 살아
5년 가까이 무정부 상태
기존 이권 지키려는 갱단, 정부 수립 방해
수도는 2개 갱단이 양분했으나 유엔군 투입에 연합
갱단에 뿔난 엘살바도르, 2000명 전격 파병

27일(현지시간)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갱단 폭력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흩어지고 있다.AF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갱단 폭력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흩어지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임시선거관리위원회(CEP)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올해 12월 13일로 예정됐던 대선 투표를 내년 7월 18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아이티는 지난 8월 30일 선거를 치를 계획이었지만 12월로 미뤘다가 다시 연기했다. 아이티에서 열린 마지막 선거는 10년 전인 2016년 11월이었다.

아이티 국민이 투표를 못 하는 이유는 나라가 사실상 무정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를 세우려 했더니 정부가 없어 투표를 못 하게 됐다. 도시를 장악한 갱단들은 이미 장악한 도로와 항만 등 각종 사회기반시설에서 나오는 이권을 지키고, 납치 등 각종 범죄와 정치권 유착을 이어가기 위해 새 정부 수립을 원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은 아이티 선거 당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투표를 준비하려 했으나, 지역을 통제한 갱단들의 도로 봉쇄, 테러 공격 등으로 투표는커녕 선거 운동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울러 현지에서는 약 150만명의 시민들이 피란길에 오른 탓에 지역별 유권자 명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아이티 선거인명부의 등록 유권자 숫자는 2016년 마지막 대선 당시 약 650만명이었다. 그러나 올해 선거를 위해 지난 7월 이후 10월까지 투표 등록을 마친 유권자 숫자는 약 90만명 수준이다. 선거 당국은 이 상태로 투표를 강행하면 국민 대부분이 투표권을 상실한다고 보고 선거를 미루기로 했다.

혼란이 가장 심한 곳은 수도 포르토프랭스다. 서부 해안에 위치한 항구도시이며 순수 중심지 넓이는 약 36km²로 서울시 강남구와 크기가 비슷하다. 주변 위성도시를 합친 광역 수도권 넓이는 약 150~160km²로 서울시 전체 면적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해당 지역에 약 32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아이티는 2만7750km² 면적(광역시 포함 경상도 전체 넓이와 유사)에 1204만명이 사는 국가로 전체 인구의 약 26.6%가 광역 수도권에 몰려 산다.

이 수도권의 약 80%는 현재 갱단이 점령하고 있다. 영국 BBC는 2022년 12월 보도에서 아이티 안에 약 200개 무장 단체가 있고,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있다고 전했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갱단 영토> -연홍색: G펩 세력 -진홍색: G9 세력 -갈색: 기타 갱단 *2022년 기준 *자료: BBC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의 갱단 영토> -연홍색: G펩 세력 -진홍색: G9 세력 -갈색: 기타 갱단 *2022년 기준 *자료: BBC

우선 포르토프랭스에서 가장 강력한 갱단은 경찰 출신 두목 지미 셰리지에가 2020년 6월에 주요 갱단 9개를 모아 창설한 연합 조직인 'G9'이다. 셰리지에는 2021년 암살당한 조브넬 모이즈 전 대통령의 여당과 결탁해 세력을 키웠다. 주로 연료 터미널과 주변 도로에서 통행세를 걷었다.

포르토프랭스에서는 G9 결성 이후 겨우 1개월 뒤에 G9에 반대하는 갱단들이 모여 'G펩'을 결성했다. 가브리엘 장 피에르가 이끄는 G펩은 야당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으며, 수년 동안 수도에서 G9과 유혈 분쟁을 벌였다.

두 세력은 2023년부터 '비브 앙삼(공존)'이라는 동맹을 맺어 협력하고 있다. 모이즈 사후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았던 아리엘 앙리 아이티 전 총리는 공권력 마비를 인정하고 유엔에 파병을 요구했다. 이에 위기를 느낀 갱단들은 서로 손을 잡았다. 이어 자신들을 민중 혁명 단체로 포장했다. 비브 앙삼은 2024년 2월에 경찰서와 교도소, 국제공항을 공격하면서 앙리의 퇴진을 이끌었고, 지금처럼 수도권을 장악하게 됐다.

최근 수도권 일대에는 비브 앙삼과 유엔의 다국적 갱단진압부대(GSF)가 교전 중이다. 지난 2024년 6월부터 시작된 파병은 약 5500명 규모로 계획되었으나 실제 병력은 1500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구도는 엘살바도르군이 대거 도착하면서 바뀔 예정이다. 2019년 집권 이후 임기 내내 갱단과 전쟁을 벌였던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지난 18일 아이티 GSF 소속 부대에서 일하던 자국 기술자 4명이 갱단의 공격으로 실종되자 대규모 파병을 결정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29일 기준으로 최소 2000명의 엘살바도르 정규군이 아이티에 상륙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에서 촬영된 군사 구역(왼쪽)사진과 29일 촬영된 같은 장소. 외신들은 엘살바도르 병력이 아이티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있다고 분석했다.AFP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국제공항에서 촬영된 군사 구역(왼쪽)사진과 29일 촬영된 같은 장소. 외신들은 엘살바도르 병력이 아이티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있다고 분석했다.AFP연합뉴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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