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고속철 참사… "산체스 물러나라" 분노
'최소 68명 사망' 국가 애도기간
내달 총선 치르는 정부에 악재
스페인에서 약 13년 만에 유럽 최악의 열차 참사가 발생하면서 국가 애도기간이 선포됐다. 한국인 부상자가 포함된 이번 사건은 다음 달 총선을 치르는 스페인 정부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사고 현장 인근에서 "오늘 스페인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며 29일부터 3일 동안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날 오전 8시54분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남서쪽의 카스티야라만차 광역자치주 산하 톨레도주의 우르다 인근 고속철로 하행선에서는 마드리드에서 출발해 남부 안달루시아주 세비야로 향하던 열차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스페인 국영 철도 기업 '렌페' 소속 고속열차(AVE)는 선로에 멈춰 있던 민영 철도 기업 '이리오' 소속 열차를 시속 약 200km 속도로 추돌했다.
스페인 교통당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자동제어 시스템의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사고 지점을 포함한 69㎞ 구간의 모든 열차 운행이 중단된 상태에서 발생했다. 렌페 열차는 문제를 일으킨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행을 재개했고, 25㎞를 주행하다가 멈춰있던 민영 기차를 들이받았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최소 68명이 사망했으며 179명이 다쳤다고 알려졌다. 카스티야라만차주의 에스테르 파디야 대변인은 사고 당시 렌페 열차에 397명, 이리오 열차에 147명이 탑승해 사고 당시 연루된 인원이 총 544명이라고 설명했다. 부상자 중 58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이 중 15명은 위중한 상태다. 주스페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양쪽 기차에는 한국인 10명이 타고 있었고 이 중 2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번 사고는 2013년에도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인근에서 고속열차가 탈선해 80명이 숨지고 145명이 다친 이후 유럽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 중 가장 많은 사망자 숫자를 기록했다.
28일 산체스 총리는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를 약속하며 올해 2건의 대형 열차 참사가 연이어 발생한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29일에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으며 집권 사회노동당(PSOE) 지지율은 우파 진영 국민당, 극우 성향 복스에 위협받고 있다.
국민당은 이날 사고 직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제 그만"이라는 메시지를 게시했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스페인 국민은 자국의 사회기반시설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복스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는 산체스 정부를 "범죄 조직"이라고 맹비난한 뒤 "우리는 공공 시설과 서비스의 노후화를 고발하는 우리의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마드리드의 교통부 청사 앞에서는 산체스 정부를 비난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