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손 맞잡고 나눈 일상 이야기… "배리어프리 영화 등 문화 향유권 보장" 목소리 [Weekend 문화]

장인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1회 전국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대회
밀알복지재단 주최 200여명 한자리
촉각으로 수어 읽으며 서로의 삶 공유
"외부 모임·활동 기회 더 많아지기를"
발달장애인 예술단의 연주 함께 듣고
점자블록 개선 등 주제로 자유발언도

지난 27~28일 경기 광명시에서 열린 '제1회 전국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대회' 참가자들이 정보접근권과 의사소통권 보장 등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난 27~28일 경기 광명시에서 열린 '제1회 전국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대회' 참가자들이 정보접근권과 의사소통권 보장 등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수 소리를 듣거나 손뼉 치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참가자들은 발을 구르고 책상을 두드렸다. 전국에서 모인 시청각장애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환호를 나누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며 사회에 참여할 권리를 이야기했다.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가 지난 27~28일 경기 광명시 L7 광명 바이 롯데호텔에서 연 '제1회 전국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대회'의 한 장면이다. '보이고 들리는 우리들의 권리'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시청각장애인과 통역사·활동지원사, 유관 기관 종사자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보건복지부와 재단법인 행복ICT가 후원했다.

■집 밖으로 나와 사람들 곁으로
시청각장애인은 시각과 청각 기능이 함께 손상돼 정보 접근과 의사소통, 이동에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제약으로 당사자끼리 만날 기회가 적어 이번 대회는 지역 간 교류의 자리이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당사자와 통역사가 손을 맞대고 촉수화로 소통했다. 상대방의 수어 동작을 손으로 접촉해 촉각으로 뜻을 읽는 방식이다.

제1회 전국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대회에서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와 통역사가 손을 맞대고 촉수화로 소통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제1회 전국 시청각장애인 당사자 대회에서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와 통역사가 손을 맞대고 촉수화로 소통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발언에 나선 윤세웅 헬렌켈러센터 자조모임 회장(52·사진)은 시력이 나빠져 24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 한동안 집에서 외롭게 지냈다. 센터에서 점자와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 사용법을 배우고 동료상담가로 활동하면서 다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됐다.

윤 회장은 "아직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한 시청각장애인들이 많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전국 곳곳에 시청각장애인들이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모임과 활동이 더욱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청각장애인 이영은씨(49)의 어머니 안애숙씨(75)는 아들이 시력을 잃은 뒤 7~8년 동안 집에서만 지냈으나 센터의 도움으로 외부 활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금은 매주 모임에 참석하고 전국대회에도 함께하게 됐다.

안씨는 "무엇보다 아들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대우해주시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교류는 공연과 체험 활동으로도 이어졌다. 첫날에는 발달장애인 예술단 '브릿지온 앙상블' 단원 6명의 연주에 참가자들이 몸을 흔들거나 손을 움직이며 호응했다. 28일 '어울림 페스티벌'에서는 농구·젠가·컬링과 향수 만들기, 손 마사지 등을 함께하며 다른 지역 참가자들과 소통했다.

윤세웅 헬렌켈러센터 자조모임 회장
윤세웅 헬렌켈러센터 자조모임 회장

■문화 향유에서 정책 참여까지
발언대회에서는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난청과 저시력이 있는 차성문씨(67)는 시청각장애인의 독립적인 장애 유형 인정과 수어·촉수화 통역 지원 확대 등을 제안했다.

자유발언에서는 배리어프리 영화 등 문화 향유권 보장과 파손되거나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 개선, 대중교통 승하차 알림 시스템 도입 등이 제시됐다. 문화를 즐기고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구체화해달라는 요구다.

당사자들은 공동선언문을 낭독하고 피켓을 들었다. 교육과 노동, 일상생활을 누릴 포용적 사회 환경과 제도 마련, 정보접근권 보장과 맞춤형 보조기기·촉수화 통역사·전문활동지원사 확대, 관련 정책과 의사결정 과정의 당사자 참여 보장을 촉구했다.

'우리 없이 우리에 대한 것은 없다'는 메시지에는 자신의 삶과 관련된 정책을 정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참가자들은 당사자 중심의 전국적 연대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홍유미 센터장은 이번 대회를 지역사회 관계망을 구축하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분들이 언제 어디서나 맞춤형 서비스를 받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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