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이게 왜 게임에 나와?"...'콜 오브 듀티' 속 이태원 참사 실제 영상 '발칵'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인기 슈팅게임 '콜 오브 듀티' 신작 시네마틱에 참사 현장 3초간 노출 유족 "오락 소재 악용·2차 가해 경악"...제작사 "비하 의도 없어" 주장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에 구급대원이 쓰러진 시민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이태원 참사 당시 뉴스 화면이 약 3초간 사용됐다. 출처=연합뉴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에 구급대원이 쓰러진 시민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이태원 참사 당시 뉴스 화면이 약 3초간 사용됐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인기 슈팅게임(FPS) '콜 오브 듀티' 신작 오프닝 영상에 2022년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실제 현장 보도 영상이 사용돼 거센 파문이 일고 있다.

참사 4주기를 앞둔 시점에 비극적인 실제 참사를 오락용 게임의 전쟁 연출 소재로 무단 차용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유족들의 즉각적인 삭제 요구에 미국 제작사 측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 법적 공방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상 전쟁 묘사에 실제 참사 CPR 영상 3초간 삽입… 원본 알고 썼나

30일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게임 개발·유통사 액티비전이 지난 23일 전 세계 동시 출시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의 오프닝 시네마틱 영상에 이태원 참사 당시 촬영된 뉴스 화면이 약 3초간 등장했다.

해당 게임은 북한의 남침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가상의 상황을 배경으로 다룬다. 논란이 된 장면은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발생 상황을 가상 뉴스 형식으로 전달하는 대목이다. 구급대원과 시민들이 길거리에 쓰러진 부상자에게 긴급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고, 희생자들이 길가에 눕혀져 있는 당시 참사 현장의 실제 방송 화면이 블러(흐림) 처리된 채 삽입됐다.

특히 해당 영상 소스의 출처 설명 첫 줄에 '한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로 최소 153명이 사망했다'는 참사 개요가 명시되어 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개발사가 해당 영상이 실제 대규모 인명 참사 현장임을 인지하고도 무분별하게 차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유가족 "희생자 존엄 짓밟아… 2차 가해 온상" 법적 조치 예고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즉각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단체는 "참사 당시 현장 시민들이 서로를 구하기 위해 CPR을 하고, 희생자들이 차디찬 길거리에 누워 있던 절박한 상황을 게임의 한 장면으로 그대로 가져다 쓴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비극적 참사를 오락적 목적의 게임 소재로 활용한 것은 희생자의 존엄을 고려하지 않은 매우 부적절하고 몰상식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게임의 전쟁 배경 설정과 이태원 참사를 결부해 피해자들을 조롱하거나 왜곡하는 혐오성 댓글 등 온라인상 2차 가해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게임 개발사에 해당 장면의 즉각적인 영구 삭제를 요구했다. 참사 4주기 추모식 참석차 방한한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의 서명을 모아 공식 대응에 나서는 한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 역시 공식 성명을 통해 "게임 전개 맥락과 무관한 실제 비극적 참사 영상이 쓰여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겼다"며 개발사의 명확한 경위 해명과 공식 사과, 해당 영상을 대체하는 업데이트를 촉구했다. 다만 협회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추궁이 게임 콘텐츠 자체에 대한 무분별한 검열이나 유통 제한으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며 창작물 전반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경계했다.

액티비전 "비하 의도 없었다"… 삭제 요구엔 '침묵·사실상 거부'

논란이 확산하자 액티비전 측은 "게임 속 가상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연출 요소로 일부 실제 보도 장면을 활용했을 뿐"이라며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어떠한 실제 비극적 사건도 언급하거나 가볍게 다루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공식 해명했다.

그러나 유가족과 이용자 단체가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공식 사과문 발표나 해당 장면의 삭제·교체 패치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공개된 입장에서 변경된 부분은 없다"며 사실상 시정 조치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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