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인플레 우려 속 기준금리 2.5% '매파적 동결'
[파이낸셜뉴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유로 사용 21개국) 물가상승률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9일(현지시간) 경제전문방송 CNBC 등 외신은 ECB가 통화정책이사회를 열고 정책금리인 예금금리를 연 2.5%로 유지하기로 의결하면서 시장의 예상에 부합했다고 보도했다.
ECB는 지난 9월 25bp(1bp=0.01%p) 인상에 이어 이번에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로 분석됐다.
이사회는 성명을 통해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상방 압력과 경제 성장 하방 리스크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면서도, 근원 물가와 임금 상승세는 아직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9월 전망치에 반영된 것 외에 2차 파급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통화정책회의 이후 주요 변수로 석유·가스·정제 마진 등 전반적인 에너지 비용 상승과 더불어 10년물 국채 금리가 평균 35bp가량 급등하는 등 장기 조달 금리가 대폭 오른 점을 짚었다.
그는 "이사회가 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불확실성 확대와 근원 물가의 안정세를 감안해 현 시점에서는 금리를 동결하고 신중한 접근법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전원 일치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발표 직후 화폐 시장이 반영한 12월 추가 금리 인상 확률은 약 67% 수준이다.
지난달 유로존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8%로 202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중동 지역의 긴장 지속으로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18.8%까지 치솟았다. 올해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가격 압력이 다시 거세지자, ECB는 지난 6월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ECB 이사회는 중동 분쟁 이후 서비스업이 회복세를 보이며 3분기 유로존 경제가 확장세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AI 관련 투자에 힘입어 제조업, 디지털 서비스,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정부의 인프라 및 국방 지출도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 가격 압박이 소비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고금리 기조가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프랑스의 국채 금리 상승과 금융 시장 파편화 현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장기 금리가 상승하는 배경으로 물가 및 금리 전망뿐만 아니라 빅테크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대규모 장기 채권 발행에 따른 경쟁 심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도이체방크의 마크 월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 경로를 예측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미 단행된 두 차례 금리 인상과 긴축된 금융 환경이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위험을 막기에 충분한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날 공식 발표된 라가르드 총재의 사임 소식과 관련해 "12월 라가르드 총재 임기 내 마지막 한 차례 추가 인상(2.75%)이 이뤄진 뒤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딘 터너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번 결정은 긴축 종료가 아니라 '매파적 일시정지'로 봐야 한다"며 "ECB의 초점은 에너지발 물가 상승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는 데 맞춰져 있다"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