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토픽

"만두처럼 속 채운 음식 먹지마라"...中 식품업체 대표의 황당한 조언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중국의 여러 식품업체가 닭 목 부위와 살을 발라낸 뼈대를 갈아 만든 고기 반죽을 소시지와 고기완자, 만두 등의 원료로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중국 섬전신문
중국의 여러 식품업체가 닭 목 부위와 살을 발라낸 뼈대를 갈아 만든 고기 반죽을 소시지와 고기완자, 만두 등의 원료로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중국 섬전신문

[파이낸셜뉴스] 중국에서 닭 목과 살을 발라낸 뼈대를 갈아 만든 고기 반죽이 소시지와 만두, 고기완자 등 각종 가공식품의 원료로 대량 유통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일부 공장은 바닥에 오수가 흐르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무허가로 원료를 생산해 왔으며, 생산업체 대표마저 취재진에게 "만두 같은 음식은 적게 먹으라"고 권하는 등 중국 내 고질적인 먹거리 안전 불감증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기계로 뼈째 갈아 톤당 76만 원 공급… '소고기 맛 완자'로 둔갑

30일 중국 시나파이낸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산둥방송 산하 섬전신문은 최근 허난성 뤄허·안양·허비 등지의 육가공 식품업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잠입 취재 결과를 공개했다.

취재진이 포착한 공장들은 닭 목 부위와 가슴살 등을 발라내고 남은 닭 뼈대를 대량 매입한 뒤, 기계로 뼈와 살을 분리·압착하고 곱게 분쇄해 진흙 같은 반죽 형태의 원료로 가공하고 있었다. 이렇게 생산된 고기 반죽은 중간 육가공 공장들로 대거 납품돼 만두소와 소시지, 완자 등의 주원료로 활용됐다.

허난성 뤄허시의 한 업체는 닭 목 가공 반죽을 하루 최소 30톤(t)씩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으며, 공급 가격은 톤당 3800위안(약 76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취재진이 추적한 한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되는 이른바 '소고기 맛 완자'의 실체에 대해 "주원료는 닭 목 반죽이며, 소고기 맛은 별도의 인공 향미료를 첨가해 낸 것"이라고 실토했다.

오수 웅덩이에 원료 방치… 업체 대표 "속 채운 음식 덜 먹어라"

더 큰 문제는 열악한 제조 환경과 부실한 위생 관리였다. 허비시 치현의 한 생산업체에서는 작업장 바닥 곳곳에 오수가 흐르고 있었으며, 닭 목과 뼈대 등 식자재가 정돈되지 않은 채 비위생적인 바닥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현장 취재 도중 한 공장 책임자는 취재진에게 "만두처럼 속을 채운 음식은 가급적 적게 먹으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만든 원료의 위생과 품질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생산업체 관계자 스스로가 소비자에게 해당 식품의 섭취를 피하라고 경고한 셈이다.

자격 미달과 관리 사각지대도 드러났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의 식품 생산 허가 시스템 확인 결과, 적발된 업체 일부는 아예 허가 정보가 검색되지 않는 무허가 업체였다. 정식 허가를 받은 업체조차 신청 당시 기재한 생산 방식과 실제 가공 공정이 완전히 딴판이거나 제각각의 자체 기준을 적용하는 등 품질 관리가 전무했다. 시장감독관리 부서와 농업농촌 부서 간의 책임 떠넘기기로 인한 행정 공백도 지적됐다.

완제품의 원재료 표기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해당 반죽이 들어간 완제품 성분표에는 단순 살코기와 구분이 불가능하게 '닭고기'로만 표기돼 있어, 소비자가 뼈대 분쇄 반죽의 함유 여부를 전혀 인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중국 현행법상 기계분리육(MDM) 자체는 권장 표준 규격에 따라 식품 원료로 활용될 수 있으나, 엄격한 위생 및 표기 요건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멜라민 분유부터 화학 탱크로리 식용유까지… 끝없는 식품 공포

중국에서 먹거리 안전을 둘러싼 대형 위생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24년에는 화학물질이나 유류를 운송하던 탱크로리 차량을 제대로 세척조차 하지 않은 채 식용유를 실어 나른 사실이 폭로돼 범정부 차원의 조사가 벌어졌다. 같은 해 관영 CCTV의 고발 프로그램에서는 품질이 조악한 돼지 머리 고기로 요리 완제품을 제조한 업체들이 적발돼 허가 취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

2008년 영유아 6명이 사망하고 30만 명이 피해를 본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당국이 식품 안전 처벌 수위를 강화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원료 조달부터 가공·유통에 이르는 구조적 안전 관리 허점이 반복되면서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대내외적 불신과 불안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