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털어간 北…세계 최대 가상화폐 절도범 오명"
사상 최대 63억달러 탈취 배후 지목
20분 만에 자금 빼돌려…28억달러 동결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3억달러(약 9조원)가 탈취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북한의 정예 해킹 조직이 배후로 지목됐다. 해커들은 불과 20분 만에 막대한 암호화폐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10대부터 수학·과학 영재를 선발해 전문 해커로 육성하는 등 사이버 범죄를 핵심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바이낸스 해킹이 북한의 정예 해킹 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는 해커들이 29일 저녁 약 20분 만에 63억달러를 바이낸스 지갑에서 외부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입출금을 전면 중단했다. 초기 조사에서는 개발·운영(DevOps) 엔지니어의 노트북이 해킹당하면서 승인되지 않은 출금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탈취 자산 가운데 약 28억달러는 동결됐지만 30억달러 이상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트레이더트레이터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사용하는 북한 해킹 조직의 코드명이다. 이들은 채용 담당자나 사업 파트너로 위장해 기업 직원에게 접근한 뒤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내부 시스템에 침투하면 암호화폐를 탈취하고 알고리즘을 이용해 여러 블록체인으로 자금을 분산시켜 추적을 피한다.
북한의 해킹 능력은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인력 양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한국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의 사이버전 관련 인력은 기술 지원 인력을 포함해 약 8400명으로 추산된다. 북한은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학생을 10대부터 선발해 3~5년간 해킹과 암호 해독 등을 교육한다. 일부 정예 요원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추가 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석탄과 섬유 수출이 막히면서 암호화폐 탈취는 북한의 주요 자금줄로 떠올랐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북한 해커들은 지난해 약 20억달러를 탈취했다. 이는 전 세계 암호화폐 탈취액의 약 60%에 달한다. 이번 바이낸스 피해액은 북한 국민총소득(GNI)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북한은 2025년 2월 바이비트에서 15억달러를 탈취한 사건의 배후로도 지목됐다. 미국 당국자들은 북한 미사일 개발 자금의 약 절반이 사이버 범죄에서 조달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국제적인 사이버 범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부인하며 미국이 "터무니없는 비방"을 퍼뜨리고 있다고 반박해 왔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