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은 '우리 삶'…최불암이 길 위에서 건넨 말들
촬영길 대화에 담긴 소박한 행복론
음식 한 끼에도 사람과 삶을 먼저 본 배우
[파이낸셜뉴스] 배우 고(故) 최불암은 밥상 앞에서 음식을 말하다가도 사람과 삶으로 이야기를 넓혔다. 지난 30일 방송된 KBS 1TV 특집 다큐멘터리 '따뜻한 어른, 최불암 - 당신이 길이었습니다'에는 2년 전 봄 '한국인의 밥상' 촬영길에 나선 고인의 생전 모습이 담겼다.
'한국인의 밥상'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자 최불암은 "우리 삶이지"라고 답했다. 음식은 생명과 관계가 있고, 삶에서 얻는 원초적인 행복과도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음식을 소개하는 자신을 두고는 "전령사지"라며 웃었다. 밥상에 오른 음식만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건네는 역할이라는 뜻으로 읽혔다.
촬영을 마치고 차로 이동하던 중에는 행복에 관한 대화가 오갔다. 제작진이 기억에 남는 말로 "느끼면 행복한 거지"를 꼽자, 최불암은 행복을 불편하거나 불안한 마음이 없는 상태에 빗댔다. 그러면서 "나만 행복해질 수가 없다. 다 같이 행복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들섬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눈 이야기도 화면에 담겼다. 꽃과 좋은 날씨, 황혼을 보러 나온 사람들을 두고 그는 "행복을 찾으러 나오신 분들이 많았던 거지"라고 했다. 세대가 바뀌어도 태양은 다시 뜬다며 자연이 주는 감동을 이야기했다. 최불암의 말은 풍경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풍경을 함께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향했다.
최불암은 2011년부터 14년 넘게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며 전국 곳곳의 음식과 그에 얽힌 삶을 전했다. 추모 다큐에는 밥상 촬영 현장뿐 아니라 문학과 시를 사랑한 모습, 배우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장면도 함께 담겼다. 익숙한 배역과 중후한 목소리로 기억되던 배우의 일상적인 말들이 고인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촬영을 마무리하며 최불암은 "오늘 함께 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라고 인사했다. 특정한 작별의 말로 남긴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밥상을 나누고 이야기를 건네던 그의 시간이 어떤 마음으로 이어졌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email protected] 윤홍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