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넣었는데 지수 회복해도 2600만원 증발"…개미들 몰려간 '이것'의 함정 [머니 시그널]
10월 개인투자자 ETF 순매수 5조5000억원…한 달 새 4배 급증
KODEX 레버리지에만 약 8300억 몰려…상승장 복귀에 베팅
지수 30% 하락 후 원금 회복해도 2배 레버리지는 2571만원 손실
미국 SEC도 경고…변동성 커질수록 커지는 '복리의 역습'
[파이낸셜뉴스] 월급을 쪼개고 아껴 모은 1억 원. 누군가에게는 10년의 땀방울이 서린 저축이고, 누군가에게는 자녀의 대학 등록금이자 은퇴 후를 기약하는 마지막 동아줄이다.
이 피 같은 돈을 주식시장에 묻었다가 30%를 잃었다고 가정해 보자. 1억 원은 순식간에 7000만 원으로 쪼그라든다. 피가 마르지만 아직 희망의 끈은 놓지 않는다. 주식시장이 다시 반등해 원래 수준(전고점)으로 돌아온다면 내 원금도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전광판을 의심케 하는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진다. 주가지수가 하락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는데도, 내 계좌에는 여전히 2500만 원 넘는 거대한 손실이 찍혀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정답은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손실 만회를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구조적 함정에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개인투자자의 ETF 순매수 규모는 약 5조 5000억 원에 달했다. 9월과 비교하면 무려 4배 폭증한 수치다. 자금이 몰린 곳은 명확했다. 개인투자자 순매수 1위 ETF는 'KODEX 레버리지'로, 이 상품에만 약 8300억 원의 실탄이 쏟아졌다. 코스피와 코스닥 반등에 2배로 베팅한 레버리지 ETF 순매수액을 모두 합치면 1조 8000억 원에 육박한다. 주가가 폭락하자 더 큰 배수로 손실을 단숨에 복구하려는 위험한 베팅이 줄을 이은 것이다.
하지만 레버리지 ETF에는 뼈아픈 함정이 숨어 있다. 이 상품이 추종하는 것은 '장기간의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철저히 '하루하루의 수익률'이라는 점이다.
구체적인 숫자로 '변동성 끌림(Volatility Drag)'의 무서움을 뜯어보자. 1억 원을 일일 2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다. 첫날 증시가 30% 폭락하면,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이론상 60%가 떨어져 1억 원이 4000만 원으로 반토막 난다.
다음 날 지수가 약 42.86% 폭등했다고 치자. 지수는 첫날 하락분(-30%)을 모두 만회하고 정확히 원점(100)으로 돌아온다. 그럼 레버리지 투자자의 계좌도 1억 원이 돼야 할까? 그렇지 않다.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전날 남은 4000만 원을 기준으로 85.72%(지수 상승률의 2배)가 오를 뿐이다. 4000만 원에 85.72% 수익을 더해봤자 약 7429만 원이다.
시장은 완벽하게 제자리로 돌아왔는데, 2배 레버리지에 올라탄 투자자는 가만히 앉아 원금의 25.7%(약 2571만 원)를 공중으로 날린 셈이다. 주가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수록 내 원금을 매일 갉아먹는 '복리의 역습'이다.
미국 금융당국도 이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안내문을 통해 "투자 기간이 길어지고 변동성이 커질수록, 실제 수익률은 기초지수 누적 수익률의 단순 2배수와 완벽하게 엇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지수가 4개월간 2% 상승했는데, 정작 이를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는 6% 하락한 실제 사례도 함께 덧붙였다.
물론 레버리지 ETF가 무조건 나쁜 상품은 아니다. 시장이 하락 없이 한 방향으로만 강하게 뻗어간다면 일반 상품보다 압도적인 수익을 안겨준다. 문제는 10월의 코스피처럼 하루 3%가 오르고 다음 날 3%가 내리꽂히는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에서,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조급함으로 무작정 2배수에 올라타는 행위다.
원금이 반토막 났을 때 원금을 되찾으려면 50%가 아닌 100%의 수익률이 필요하다. 잃어버린 돈을 되찾기 위해 투자 위험을 2배로 높였다가 한 번 더 엇박자를 타게 되면, 그 계좌는 영원히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주식시장은 언제든 V자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등장에 당신의 계좌가 반드시 함께 회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10월의 마지막 날, 묻지마 레버리지 베팅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기대 수익률의 '배수'가 아니라, 폭락 장에서 내 가족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는 '감당 가능한 손실의 크기'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