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 휴전' 올레시키 주민 750여명 대피…젤렌스키 "멜라니아 여사에 감사"
美 중재로 닷새째 휴전 속 인도주의 대피 완료…아기부터 94세 노인까지 우크라 귀환
크림반도·러시아·벨라루스 거쳐 체르니히우 국경 통과…가족과 눈물의 재회
젤렌스키 "진입로 지뢰 제거 및 구호품 전달…중재 나선 미국·멜라니아에 감사"
'죽음의 땅' 고립 위기 일단 해소…양국 인권담당관 "인도주의 임무 정례화 제안"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남부 러시아 점령지인 올레시키에 국지적 휴전이 발효된 가운데, 사지에 고립됐던 주민 750여명이 대피를 마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 안전지대로 이동했다.
31일(현지시간) AP통신과 키이우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올레시키에서 대피한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태운 버스가 이날 북부 체르니히우 지역을 통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왔다. 현장에 도착한 주민들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몸에 두른 채 차에서 내려 가족 및 지인들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번 대피는 전날 버스 25대와 구급차 9대, 거동이 불편한 환자용 특수버스 등이 동원된 대규모 인도주의 작전을 통해 이뤄졌다. 올레시키를 빠져나온 주민들은 일단 크림반도 북부 아르먄스크로 집결한 뒤 희망 행선지에 따라 나뉘었다. 우크라이나행을 택한 주민들은 러시아 흑해 연안 도시 아나파를 거쳐 항공편으로 벨라루스 동남부에 위치한 고멜로 이동한 뒤 자국으로 귀환했으며, 러시아행을 택한 주민들은 크림반도 심페로폴의 임시 숙소로 이동했다.
보안과 남은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우크라이나 측 구체적인 도착 지점과 인원은 비공개에 부쳐졌다. 다만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이제 막 한 살이 된 아기부터 94세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피란민이 도착했다"라고 전했다. 국경 일대에는 구호 텐트와 커피 판매대는 물론, 피란민들이 데려온 반려동물용 사료까지 마련됐다.
올레시키 주민 류드밀라 부리첸코(39)는 "최근 몇 달간 드론이 마을을 날아다녔는데, 대피할 기회가 생기자마자 떠나기로 결심했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주민은 "20년간 일군 집을 떠나는 게 힘들었지만 사위가 러시아군에 징집될까 봐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을 확인하며 "휴전 기간 올레시키 진입로의 지뢰가 제거됐고 현지에 남기로 한 주민들에게도 식량과 의약품, 발전기용 연료 등 구호물자가 전달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재에 힘써 준 미국 측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에게 감사드린다"라며 "긴장 완화를 위한 추가 조치와 평화를 향한 실질적 진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멜라니아 여사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750명 이상의 주민이 대피했다고 알린 바 있다.
드니프로강을 사이에 두고 우크라이나 헤르손시와 마주 보고 있는 올레시키는 2022년 2월 개전 직후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전쟁 전 2만4000명에 달했던 인구는 최근 1700~2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양측의 교전이 격화하며 전선 인근 '킬존(kill zone)'에 놓인 주민들은 전기·가스와 식수가 끊긴 채 극심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어왔다. 식량을 구하러 지뢰가 깔린 '죽음의 길'을 오가야 했고, 먹을 것이 없어 야생 식물을 뜯거나 비둘기를 잡아먹으며 연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국지 휴전은 지난 27일 오전 발효됐으며, 모스크바 시간 기준 11월 1일 오후 10시 59분(키이우 시간 오후 9시 59분)까지 유지된다. 다비드 아라하미야 우크라이나 집권당 원내대표는 이번 조치를 "2022년 개전 이후 가장 큰 긴장 완화 조치"라고 평가했다. 현장에서 대피 작전을 각각 지휘한 드미트로 루비네츠 우크라이나 인권담당관과 야나 란트라토바 러시아 인권담당관은 멜라니아 여사의 조율 아래 이뤄지는 인도주의 임무를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